[새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이별 후유증을 가진 재훈(김래원 분·왼쪽)과 연애에 지친 선영(공효진 분)의 연애를 그린 ‘가장 보통의 연애’.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술자리가 이들 연애의 희노애락을 담은 주무대다.<br>N.E.W 제공
“뭐해?”, “자니?” 술에 취한 재훈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줄기차게 보낸다. 그러나 메시지 옆 숫자는 여전히 ‘1’이다.

선영이 새 회사로 출근하는 첫날 아침, 다짜고짜 전 남자친구가 찾아와 폭언을 퍼붓는다. 이 모습을 본 게 하필 자신의 상사인 재훈이다.

지난 2일 개봉한 김한결 감독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런 둘의 연애담이다. 이별 후유증에 시달리는 재훈(김래원 분)과 지독한 이별을 겪고 연애에 진저리치는 선영(공효진 분)의 새로운 연애가 가능할까.

●로코킹·퀸의 사무치게 현실적 연애

둘을 잇는 다리는 ‘술’이다. 파혼한 재훈이 술을 마시고 자신도 모르게 선영에게 전화를 걸어 2시간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 게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 됐다. 재훈은 술이 좋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아픈 과거가 있다. 선영은 여러 남자를 만나며 지칠 대로 지쳤다. 이들은 술에 취해 거침없이 서로 쏘아붙이다가 차차 본심을 알게 된다.

단맛 쓴맛 모두 담은 소주맛 나는 연애인 셈인데, 그러다 보니 연애가 괴팍해 보일 수밖에 없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술자리를 통해 서로 상처를 들춰 낸다. 얼큰하게 취해서 비속어가 난무한다. 술에 취한 이들의 행동은 이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제목과 달리 사실상 ‘미친 연애’라 불러도 좋을 장면이 상당수다. 그러나 두 주연배우가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 낸다. 김래원은 술에 취하면 찌질하지만 실은 자상하고 속 깊은 남자를, 공효진은 여우인 척하지만 아픔을 숨기고 살아가는 여자를 그럴듯하게 연기한다. 잘 맞는 옷을 입은 둘의 연기 조화가 좋다.

조연들 연기도 제법이다. 특히 영화 ‘엑시트’에서 윤아의 얄미운 직장 상사 역을 맡았던 배우 강기영이 재훈 친구 병철로 나와 관객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다. ‘찌질함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온몸으로 보여 주는 그의 등장 때마다 관객은 그야말로 ‘빵빵’ 터진다.

●“내 얘기야?” 웃픈 장면에 박장대소

감독의 세밀한 연출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맛깔스러운 대화, 직설적인 카카오톡 대화, 회식 자리에서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을 잘 그려 냈다. 30대 중반 동갑내기로 설정한 재훈과 선영은, 김 감독과도 동년배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의 이야기를 중계하듯 엮은 연출이 꽤나 쫀쫀하게 흐름을 끌고 간다. 앞서 김 감독은 기자 시사회에서도 “여러 커플을 면밀히 관찰하고 인터뷰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이 영화 최고의 미덕이다. 웃음으로 시작해 몇 번의 박장대소를 거쳐 잔잔한 미소로 끝난다. 별 고민 없이, 가볍게 즐기기에 그야말로 ‘딱’이다. 109분. 15세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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