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아들·매카시즘 휩쓸린 영화인 복귀 앞장

美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 103세 별세

아들 마이클 “정의 헌신한 박애주의자”
1950~60년대 美영화의 황금기 이끌어
‘챔피언’ ‘OK 목장의 결투’ 등 다수 출연
헬기사고·뇌졸중 극복 입담 뽐내기도
5일(현지시간) 103세의 나이로 영면한 할리우드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그의 대표작 ‘스파르타쿠스’에 출연했던 1959년(당시 43세)의 모습.<br>A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103세의 나이로 영면한 할리우드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그의 대표작 ‘스파르타쿠스’에 출연했던 1959년(당시 43세)의 모습.
AP 연합뉴스
20세기 할리우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별세했다. 103세.

고인의 아들이자 역시 할리우드의 스타 배우인 마이클 더글러스는 5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부친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그는 “아버지는 영화의 황금기를 경험하고, 인생의 황금기까지 보낸 배우이자 정의와 대의를 위해 헌신하며 우리 모두가 우러러볼 수 있는 기준을 세운 박애주의자였다”고 애도했다.
5일(현지시간) 103세의 나이로 영면한 할리우드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2011년(95세) 미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행사에 참석한 모습.<br>AF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103세의 나이로 영면한 할리우드 명배우 커크 더글러스가 2011년(95세) 미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행사에 참석한 모습.
AFP 연합뉴스
더글러스는 1916년 가난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이 ‘이수르 다니엘로비치’였던 그는 부모가 이민을 오며 쓴 ‘뎀스키’라는 성을 이어받아 쓰다가 군복무와 배우 생활을 계기로 현재 이름으로 다시 개명했다.

1946년 ‘마사 아이버스의 위험한 사랑’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1949년 영화 ‘챔피언’으로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열정의 랩소디’, ‘해저 2만리’, ‘OK 목장의 결투’ 등에 출연한 그는 1950~60년대 남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당대 최고의 배우로 활약했다.
배우 커크 더글러스(앞줄 왼쪽)가 2016년 100세 생일 때 부인 앤과 오붓하게 손을 잡고 있다. 뒷줄에 그의 아들·며느리이자 할리우드 스타 부부인 마이클과 캐서린 제타 존스 가족이 자리했다.<br>AP 연합뉴스
배우 커크 더글러스(앞줄 왼쪽)가 2016년 100세 생일 때 부인 앤과 오붓하게 손을 잡고 있다. 뒷줄에 그의 아들·며느리이자 할리우드 스타 부부인 마이클과 캐서린 제타 존스 가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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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에 휘말린 할리우드 영화인들을 복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52년 자신이 설립한 영화 제작사에 당시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로마의 휴일’의 스타 작가 돌턴 트럼보를 고용했고, 이는 매카시즘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다른 영화인들이 업계로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 더글러스로서는 위기에 처한 스타 작가를 적은 비용으로 고용한 셈이었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을 맡아 함께 만든 ‘스파르타쿠스’ 등은 큰 성공을 거뒀다. 고대 로마 노예의 반란을 다룬 이 영화로 당시 큐브릭은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는 2011년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친구인 트럼보를 지원한 일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선택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991년 헬기 사고로 척추수술을 받았고, 1995년 뇌졸중으로 언어장애를 겪는 등 위기도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와 사회자 앤 해서웨이에게 “눈부시게 아름답다. 내가 영화를 할 때에는 왜 앤 같은 배우가 없었냐”고 입담을 뽑내며 건재함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91년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1999년 미국영화배우조합(SAG)에서 각각 평생 공로상을 받았고, 1996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들 마이클이 시상자로 나선 가운데 명예상을 받았다. 그는 작가로도 활동하며 자서전 ‘넝마주이의 아들’을 비롯해 ‘악마와 춤을’, ‘브루클린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같은 책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클의 부인이자 그의 며느리인 할리우드 스타 캐서린 제타 존스는 인스타그램에 “사랑하는 아버지, 평생 당신을 기억할게요. 벌써 당신이 그립습니다”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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