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상에 다양성과 포용성의 기준이 포함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새달 31일까지 세부 지침을 만들기 위해 미국프로듀서조합(PGA)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돈 허드슨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아카데미가 약진해 왔지만 전반적으로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규칙과 절차를 수정, 검토해 모든 목소리가 반영되고 축하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단 시간상 새 기준이 2021년 시상식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92회째를 맞은 아카데미는 줄곧 ‘백인 남성 잔치’라는 오명을 달았다. 2016년 이에 반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오스카소화이트(OscarSoWhite) 운동이 일어났고, 이를 계기로 AMPAS는 여성과 유색인종 회원 비율을 2020년까지 2배 이상 늘려 다변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아카데미 회원 8000여명 중 32%만이 여성이며, 16%가 유색인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2월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해 “오스카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시상식에서 연기 분야 후보에 오른 흑인 배우는 단 1명에 불과했으며, 역사상 흑인이 감독상을 수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번 성명은 미국 전역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두고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크린에서 다양성 부족과 인종차별적 묘사가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는 아카데미 10개 부문 수상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를 인종차별적 묘사를 이유로 보유 콘텐츠 목록에서 삭제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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