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넷플릭스 인기 영화 세계 1위

멸망 위기에 놓인 지구와 인류 구하라
우주 청소선 선원들 좌충우돌 모험기

뛰어난 그래픽으로 현실적 우주 표현
화려한 전투에 짠내 나는 드라마 더해
할리우드 안 부러운 블록버스터 탄생
승리호 포스터
현실적인 화면 구현이 어려운 탓에 지금까지 영화 속 우주 영웅은 할리우드 배우들 차지였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5일 공개된 조성희 감독 영화 ‘승리호’로 그런 등식은 깨질 듯하다. 영화는 6일 기준 총점 525점(플릭스패트롤 집계)으로 넷플릭스 인기 영화 세계 1위에 오르며 ‘한국의 본격 우주 SF 영화´라는 타이틀의 실체를 입증했다. 한국과 벨기에, 크로아티아, 핀란드, 프랑스, 필리핀, 우크라이나 등 1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승리호’는 2092년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사막화하자 우주 개발 기업 UTS(Utopia Above The Sky)는 지구 위 위성 궤도에 인간의 5%만 머무는 새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지구와 UTS 사이에 가득한 우주 쓰레기는 우주 청소선들의 먹거리다. 장 선장(김태리 분)과 대원 태호(송중기 분), 타이거 박(진선규 분), 인간형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가 뭉친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는 어느 날 사고 우주정을 수거하다가 대량살상무기로 수배 중인 로봇 도로시(박예린 분)를 발견하며 사건에 휘말린다.

영화 배경은 그동안 익히 봤던 우주 SF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암울한 디스토피아는 ‘블레이드 러너’, 독특한 캐릭터가 우주선을 몰고 우주를 돌아다니는 영화는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미래형 슈트를 입은 기동대의 모습은 ‘스타워즈´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일부 기시감이 들 수도 있다.

영화를 차별화하는 건 쓰레기 청소선이라는 독특한 설정이다. 그럴듯한 우주선이 아닌 쓰레기 청소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가 재미를 더한다. 배우 송중기는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승리호는 찌질한 대원 4명이 서로 부대끼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대원들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지만, 각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영화는 테러집단 검은 여우와의 거래가 꼬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유쾌하게 그리면서 대원들이 왜 돈을 밝히는지 각자의 과거를 적절히 풀어내며 보여 준다.
승리호
매끈한 그래픽도 주목할 만하다. 첫 장면부터 압도적인 우주선 쓰레기 청소 모습을 비롯해 각종 기계로 가득하지만 꼬질꼬질한 느낌을 자아내는 우주선 내부, 사막화한 지구와 UTS의 차이 등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묵직한 기계들의 무게감은 물론 우주선 추격전, 승리호 대원들을 쫓는 기동대와의 격투 액션이 볼만하다.

승리호 대원은 한국어를 쓰고 외국인은 각자의 언어를 쓰되 귀에 꽂는 작은 통역기를 통해 무리 없이 대화하는 식으로 이질감을 줄였다. 조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어로 주로 대사를 하는 영화다. 그러면서도 우주선이 날아다닌다. 이런 위화감을 어떻게 줄일까, 관객들이 이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배우 유해진의 모션캡처로 구현한 로봇 업동이의 모습에서 약간의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구수하고 투박한’ 업동이의 말투가 ‘한국형 SF 영화’라는 걸 떠올리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화려한 볼거리를 입힌 짠내 나는 한국형 드라마에 각종 유머러스한 장면을 쏙쏙 잘 넣은 영화는 독특한 색깔을 지닌 우주 활극이 됐다. 우주 SF 영화 불모국이었던 우리도 할리우드 영화들에 뒤지지 않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된 건 영화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승리호’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두 번의 개봉 시기를 놓친 뒤에 결국 넷플릭스 공개로 전환됐다. 영화의 실체를 보니 더 확장된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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