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최첨단을 선도하는 지드래곤도 옛날 노래 예찬론자다. 솔로 2집 앨범에 선배인 자우림의 김윤아와 함께 부른 ‘미싱 유’라는 곡을 수록한 그는 아직도 1990년대 음악을 즐겨 듣는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015B’ ‘산울림’ 등이 그가 좋아하는 가수다. 그는 “선배들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너무 좋다. 수십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노래를 부르는 게 가수에게는 꿈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에게도 1990년대 음악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나 ‘노이즈’와 ‘인공위성’의 노래를 아직도 기억한다. 음악 패턴이 10년 주기로 바뀌는 것 같다. 요즘엔 강렬한 전자 사운드보다 멜로디가 살아있고 듣기 편한 복고풍 노래가 유행을 타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노래가 예전 히트곡이라고 노래를 부른 가수까지 도매금으로 ‘흘러간 가수’ 취급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표적인 가수가 김동률이다. 그는 1994년 ‘전람회’ 시절 불렀던 ‘기억의 습작’이 영화 ‘건축학개론’에 삽입되면서 재조명받았다. 현재 전국 투어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는 그가 앵콜곡으로 부르는 ‘기억의 습작’은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세련된 조명 예술이 어우러져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케 한다. 김동률은 “올해 기존의 히트곡이 다시 사랑을 받아서 무대에서도 더욱 조심스럽게 부르게 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가수다. 추억의 가수로만 기억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일은 고 유재하의 기일이었다. 그가 생전에 유일하게 남긴 1집 수록곡은 전곡이 지금도 각종 영화 음악에 등장하고 리메이크될 정도로 명곡이다. 수많은 후배 음악인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고 앞다퉈 그를 기렸다. 2일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가수 김건모, 이적, 정엽 등이 출연해 1시간 동안 유재하의 음악을 기리는 가슴 뭉클한 무대로 채웠다. 수십년이 지나고 아무리 음악 환경이 변해도 마음을 적시는 명곡은 시공을 초월해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그것이 음악이 지닌 힘이자 가치다. 지금부터 20~30년이 흐른 뒤 대중의 입에서 다시 불리게 될 노래는 과연 어떤 곡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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