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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초 더 잘라 세번째 심의신청..시사회서 30% 반대하면 개봉 안해”

김기덕 감독이 두 차례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뫼비우스’를 더 잘라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세 번째 심의를 신청하기로 했다.

또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찬반 시사회에서 투표를 해 30% 이상 반대하면 개봉을 않기로 했다.

김기덕 감독은 18일 ‘뫼비우스의 두 번째 제한상영가에 관련하여’라는 제목으로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두 번의 제한상영가로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밤새 살을 자르듯 필름을 잘라 다시 재심의를 준비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피가 마르게 개봉으ㄹ 기다리는 배우와 스태프를 위해 또 굴종적으로 자를 수밖에 없고 문제제기를 한 장면 중 12컷 약 50초를 잘랐으며 이제 영등위에서 주장하는 직계 성관계로 볼 장면은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외도로 파괴된 가정에서 성장한 남자가 속세를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지난 6월 초 영등위 첫 심의에서 아들과 어머니의 성관계 장면 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6일 열린 두 번째 심의에서 또다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김 감독은 영등위가 첫 심의에서 지적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1분40초(영등위 주장 1분14초)가량의 20여컷 장면을 수정 또는 삭제해 다시 심의를 요청했으나 영등위는 두 번째 심의에서도 “직계간 성관계 묘사가 여전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고 판정했다.

세 번째 심의를 넣기 위해 김 감독의 말대로 추가 편집을 하면 원작에서 총 2분30초가량의 30여컷이 잘려나가게 된다.

김 감독은 영등위의 두 번째 심의에 관해 “실제 가족이 아닌 배우들이 아버지, 엄마, 아들의 역할로 출연한 드라마를 인정하고 영화를 보았다면 마지막에 아들이 강박증으로 꾸는 꿈 장면도 드라마 안의 꿈으로 이해해야 함에도 윤리적 지적을 위해 드라마 안의 현실로 이해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영등위를 통해 일방적으로 모자 성관계 영화라고만 알려져 영화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므로 심의 문제와 상관없이 다음 주 기자, 평론가, 문화부 관계자 등을 모시고 영화의 가치와 제한상영가에 대한 찬반 시사회를 할 것이며 영화를 본 장소에서 바로 현장 투표를 해 30%가 반대하면 재심의 결과와 상관없이 개봉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사고로 성기를 상실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소수의 마음을 영화로 절박하게 표현한 ‘뫼비우스’가 그간 제가 만든 18편의 영화보다 얼마나 더 음란하고 타락했는지 객관적으로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한상영가 등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등급을 받은 영화가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를 할 수 있으나,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제한상영관이 없어서 개봉을 금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는 등 세계적 거장으로 인정받은 김 감독은 영등위 심의로 인해 두 차례나 영화를 잘라내야 하는 굴욕을 감수하게 됐지만, 국내 개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뫼비우스’는 김 감독이 베니스영화제 수상 이후 새롭게 내놓는 작품으로, 김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배우 조재현과 12년 만에 함께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됐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기간 열린 필름마켓에서는 전 세계 예술영화 바이어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북미 최대 영화전문지 트위치필름 등은 이 영화가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이 유력하다고 전망하는 등 해외 영화계가 기대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영등위의 두 차례 심의로 인해 감독의 의도가 100% 반영된 원작을 만나볼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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