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만난 김 대표는 흥행의 이유에 대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스릴러라는 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허정 감독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획기적인데다 공포 정서가 살아 있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고수했던 ‘우리 집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홍보 콘셉트도 끝까지 지켜졌다. 평소 귀신이 나오는 공포 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는 그는 “카피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귀신을 떠올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고 말했다.
다음 난관은 캐스팅이었다. 처음에는 주인공 성수 역에 30대 남자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섭외가 쉽지 않아 연령대를 올렸다.
“당시 드라마 ‘추적자’의 성공 이후 손현주씨에게 시나리오가 엄청 쏟아지던 때였는데 다행스럽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왔어요. 마케팅적인 요소 때문에 투자사의 반대를 걱정했는데 ‘손현주씨가 나이보다 동안이고 자신있다’고 설득했죠. 가장 고심했던 것은 성수의 부인인 민지 역이었어요. 트라우마에 결벽증이 있는 성수와 사이코패스적 주희(문정희) 사이에서 스펀지 역할을 하는 내공 있는 배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전미선씨가 잘 소화해 줬어요.”
20년 넘게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김대표는 신인 감독들과 호흡을 자주 맞춰왔다. 그는 “나의 노하우와 신인들의 창의적인 시각이 만나 시너지를 창출하는 작업이 재미있다. 신인 감독은 처음에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보석이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성패와 상관없이 신인 감독과 무조건 두 작품씩 계약한다. 한 작품만 가지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견한 보석이 류승완, 변영주 감독이다.
좋은 영화, 싸이더스 FNH 등을 거치며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혈의 누’ 등 숱한 히트작을 내놓은 그이지만 지난 5~6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그래서 그는 최근 이춘연 씨네 2000 대표의 성공과 현재 작품을 준비 중인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 등 1세대 제작자들의 컴백이 더욱 반갑고 기쁘다.
김 대표는 투자사와 제작사의 관계가 갑을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십으로 재정립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사가 리스크를 줄이려고 데이터에 의존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영화가 꼭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잖아요. 때문에 자본이 아닌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파트너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프로듀서 출신 제작자와 김지운, 홍상수, 김기덕 등 감독 겸 제작자들이 각자 자기 색깔을 갖고 균형을 이뤄야겠죠.”
김 대표의 신조 중 하나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영화는 망한다’다. 감독과 제작자가 자기 작품에 빠져 놓치기 쉬운 객관화 작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숨바꼭질’의 흥행을 뒤로하고 다음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직업병인지 영화가 개봉하면 한 달 뒤에 그 작품을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흥행이 안 되면 마음이 아프고 잘되면 거기에 빠져 괜히 들뜨기 때문이죠.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 복수 액션, 좀비물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떤 장르이건 사람이 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