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과 함께 개막식 호흡을 맞춘 그는 “나는 곽부성입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해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도 했다. 궈푸청은 “예전에 서울에서 가수로 공연을 한 적도 있고 영화 프로모션을 하러 한국에 왔었는데 한국어를 제대로 못해 늘 죄송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강수연씨가 말을 다 끝냈는지 아닌지를 몰라서 진행을 할 때 좀 어려운 점도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는 오픈 시네마 부문에 자신이 출연한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들고 왔다. 지난해 개막작 ‘콜드 워’에서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관으로 출연한 그는 이번엔 법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중국 검사를 연기했다.
“이 영화는 법정 스릴러로 법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법정에서 치열한 심리 과정에 참여하는 모습이 전작과는 다른 점입니다. 영화 속에서 저는 유일한 홍콩 사람이어서 중국 표준어 푸퉁화(만다린어)에 도전해야 했어요. 홍콩과 중국 대륙의 언어와 사법 체계를 비교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죠.”
홍콩의 4대 천황으로 ‘친니친니’, ‘신조협려2’ 등으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그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여전히 동안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나 자신이 늙는다는 것을 걱정하지도 않거니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인생에 도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도 매력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년 단위로 인생 계획을 세운다는 궈푸청은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도전을 꿈꾸고 있다. 그는 “현재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내가 한 번도 연기한 적이 없는 역할을 담고 있다. 무대 위의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굴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그는 최근 한국 영화 산업의 성장에 대해서도 부러움을 표했다. “최근 10년간 영화는 물론 음악 등 대중문화 전 부문에 걸쳐 한국이 빠르게 발전하고 한류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영화산업이 발달하면서 자본은 물론 시나리오도 그쪽(중국 대륙)의 입장에 맞춰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소재의 제한이 많은 게 단점이죠. 이와 달리 한국은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장점이 많은 곳이에요. 특히 신인 배우와 감독의 결집력이 무척 강한 것 같아요. 감독과 시나리오만 좋으면 앞으로 한국에서 꼭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매년 적어도 한 작품씩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스타 배우이면서도 미래 목표는 여전히 ‘더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이다.
“연기자는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깨는 작업이 흥미로워요. 변함없이 좋은 연기를 향한 올바른 자세와 습관을 유지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부산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