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한복판 자동차 추격신, 진화된 류승완식 액션 증명
복잡한 서사는 없다. 어떻게 풀고 가건 결말은 분명하다. 권선징악, 악의 응징이다. 차별화의 관건은 대중들이 공분할 수 있도록 얼마나 정교하게 악을 현실적으로 형상화했는지다. 영화 ‘베테랑’ 역시 마찬가지다.
동물적인 감각이 한 번 꽂히면 물불 가리지 않는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그리고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돈독한 신뢰 관계를 쌓고 있는 오팀장(오달수) 등 동료 형사들이 등장한다. 또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고 여기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그의 오른팔 최상무(유해진) 등은 광역수사대 형사들과 쫓고 쫓기는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언론도, 경찰 최고 수뇌부들도 몽땅 금권의 지배 아래에서 허수아비처럼 무기력할 뿐이니 애초에 대등하게 성립될 수 없는 싸움이다. 그럼에도 돈키호테처럼 앞뒤 재지 않고 맞부딪친 서도철이 ‘악의 화신’과도 같은 조태오를 붙잡게 되는, 정의의 승리로 결론지어진다.
●재벌 3세에 대한 묘사 전형적… 캐릭터 단순화는 아쉬워
여기에서 끝이라면 그저 그런, 시시한 액션 영화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된다. ‘베테랑’의 감독은 류승완이다. 그의 단짝과도 같은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말이다. 게다가 연기로는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배우 황정민과 유아인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시작 장면부터 진가는 제대로 빛난다. 러시아 범죄조직과 연계된 국내 불법중고차 매매조직과 좁은 자동차 정비소, 그리고 부산항 컨테이너 사이에서 맞붙는 장면은 가슴 후련한 ‘류승완표 액션’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리봉동 다닥다닥 붙은 벌집 사이에서 펼쳐내는 몸싸움이며, 사람과 노점 등으로 빽빽한 명동 한복판에서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자동차 추격 장면 등은 류승완 감독의 액션이 한층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요즘 영화에서 흔하디 흔한 총칼도 없고, 피가 튀지도 않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잔인한 폭력도 없다. 대신 1980년대 홍콩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청룽(성룡)이 그랬던 것처럼 영화를 놀이터 삼아 액션 자체를 뛰놀고 즐긴다. 보는 이들을 낄낄대게 만들고, 가슴속 한편의 우울한 마음을 확 날려버린다.
액션뿐 아니다. ‘류승완식 사회 메시지’도 2015년 한국사회의 모습과 조응하며 관객의 공감을 일으킨다. 재벌 3세가 등장해서 안하무인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돈으로 무마하려는 모습 등은 신문 사회면을 통해 숱하게 보았던 실제 재벌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다만 “나한테 이러고도 뒷감당할 수 있겠어?”, “이 나라가 누구 때문에 잘 살게 됐는데.” 류의 대사를 되뇌는, 재벌 3세 조태오에 대한 묘사가 너무도 전형적이라 캐릭터의 입체성을 덜어낸다. 그들에게도 선한 면모가 없지는 않을텐데…. 어쨌든 한계는 불가피하다. 실제 그들의 세계관과 삶의 일부분이나마 노출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일 뿐이다. 감독을 포함해 절대 다수의 관객들은 여전히 재벌의 또 다른 이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한 석연치 않게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서도철이 “경찰이 사건을 빨리 종결하려는 모습이 좀 이상해”하고 내뱉는 대사 역시 최근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을 서둘러 종결 지으려는 경찰의 모습과 묘하게 맞물려 받아들여진다. 8월 5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