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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음치 여사 최고의 음악 열정

1920년 프랑스 파리.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남작 부인 마가렛트 뒤몽은 사교 클럽 주최로 자신의 저택에서 자선 음악회를 연다. 남작 부인은 남편이 오면 무대에 오르겠다고 기다리지만 정작 남편은 집에 오는 중간에 일부러 차를 망가뜨리고는 담배를 태우며 시간을 보낸다. 남작 부인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을 부르자 사교 클럽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묘해진다. 짐짓 웃음을 참는 모양새다.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는 비밀. 남작 부인은 음치였다. 하지만 사교 클럽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남작 부인을 최고라며 치켜세운다. 남작 부인이 클럽의 큰 후원자였기 때문이다. 남작 부인의 돈을 노린 한 기자는 그에게 호감을 얻고자 신문에 호평을 대서특필한다. 용기를 얻은 남작 부인은 대중을 상대로 공연을 하겠다고 나서 주변을 당혹하게 하는데….

17일 개봉한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은 20세기 초·중반 활동한 미국 성악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에게서 모티브를 따 온 프랑스 영화다. 젠킨스는 음악에 열정은 많았지만 소질은 없었다.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아 풍족한 삶을 누렸던 그녀는 자신이 직접 돈을 들여 공연을 하고 음반을 내기도 했다. 심지어 1944년 10월 그 유명한 카네기홀 무대에도 선다. 영화를 보기 전에 유튜브에서 젠킨스 노래를 찾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처음에는 남작 부인을 비웃고 싶어 하고 이용하려 하던 남편, 기자, 공연 준비를 돕는 오페라 가수 등은 열정에 감동받고 영향을 받는다.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남작 부인을 연기한 카트린 프로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에서는 손꼽히는 중견 여배우다. 이 작품으로 7수 만에 프랑스 최고 권위 세자르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카트린 프로는 “틀린 음정으로 잘 부르는 게 가장 어려웠다”면서 “틀린 음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야 했다”고 전했다. 129분.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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