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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 티저 포스터들이 일제히 교체됐다.

22일 영화 ‘곡성’ 측은 최근 공개한 포스터 3종을 모두 수정했다. 제목 ‘곡성’ 옆에 ‘울음 소리’라는 뜻의 한자 ‘哭聲’를 병기한 것. 이는 영화 제목이자 주요 촬영지였던 전라남도 곡성군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곡성’은 시골마을에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의문의 연쇄사건이 발생하자, 경찰과 무속인이 진실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격자’, ‘황해’ 등으로 강렬하고 수위 높은 스릴러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황정민, 곽도원, 천우희 등과 함께 전남 곡성군에서 영화의 일부분을 촬영했다.

그러나 5월 개봉을 앞두고 곡성군은 우려를 표했다. 영화 제목이 ‘깊은 골짜기’를 뜻하는 곡성의 지명과 같아 곡성군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또 영화내용도 함께 지적됐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곡성’ 줄거리를 보면, 경찰은 의문의 연쇄사건을 집단 야생버섯 중독으로 잠정 결론 내린다. 그런데 실제 곡성은 버섯 주산지로 널리 알려진 마을이다. 이에 지역과 특산품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콘텐츠가 갖는 파급력을 볼 때 곡성군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실제 사례로, 과거 일라이 로스 감독의 2005년 영화 ‘호스텔’의 배경이 된 슬로바키아를 들 수 있다. ‘호스텔’은 슬로바키아로 여행을 간 미국 청년 두 명이 고문실로 납치돼 끔찍한 고문을 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호스텔’은 미국서 크게 흥행을 했지만, 슬로바키아 측은 영화 내용에 불쾌감을 토로했다. 당시 영화를 본 슬로바키아 의회 문화위 소속인 토마스 갈바비의원은 “영화를 보고 불쾌했다”면서 “이 괴물 같은 영화는 현실과 동떨어져있으며 슬로바키아의 좋은 이미지를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인터넷에 영화 호스텔이나 슬로바키아를 검색하면, 영화의 실화 여부를 묻는 글부터 슬로바키아에 가기가 무서워졌다는 등의 리뷰 글이 쏟아진다. 실제 슬로바키아 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구체적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영화를 본 네티즌들이 슬로바키아라는 국가에 공포를 갖게 되었다고 쓴 글들은 영화의 파급력이 얼마나 센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영화 ‘곡성’ 측은 제목에 한자 ‘哭聲’을 넣었다. 실제 지역인 ‘곡성’과 다른 가상의 지역이라는 것을 전하려는 의도지만 이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곡성군과 경찰 정보당국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주민들의 동향을 살피는 등 영화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상반기 기대작 영화 ‘곡성’이 과연 어떤 모습을 공개될지 그리고 어떠한 파급력을 갖고 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5월 12일 개봉 예정.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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