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미나는 아들이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라고 생각한다.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 외계에서 보내진 아이라고 믿는 만큼, 그녀는 자식을 특별하게 키우려고 한다. 그런 양육법 중 하나가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몸을 정화해야 한다고 일정 기간 아이에게 밥을 안 먹이기도 한다. 세상에 나온 지 1년도 안 된 아기의 발육은 더딜 수밖에 없다. 주드는 아들의 성장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라고 판단한다. 그는 아내 몰래 아이에게 햄을 먹인다. 그 사실을 안 미나는 독을 제거하는 오일―동물성 단백질 흡수를 막는 기름―을 아이에게 먹인다. 이런 상황에서 바디우의 사랑론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둘의 차이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탓이다.
결코 타협될 수 없는 방식으로 미나와 주드는 아들을 사랑한다. 한데 이것을 정말 아들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상대에게 자신의 동일성을 강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에게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보살핌이라는 명목으로 ‘나’의 세계에 아들을 종속시키려 한다. 영화에서는 미나가 더 극단적인 것처럼 그려지지만, 그녀에게서 아들을 빼앗아 격리시킨 주드의 행동이 그렇다고 많이 나아보이진 않는다. ‘굶주린 마음(Hungry hearts)’은 미나와 주드보다, 부모가 단 한 번도 자기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던 아들이 느낄 법한 심정이다. 사랑 아닌 사랑에 아이는 허기지다. 오는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