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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 코믹영화 ‘럭키’ 원톱 주연 유해진 인터뷰

“폭풍처럼 다가오는 그 사나이 바위처럼 믿음직한 그 사나이 거짓 없는 너털웃음 매력 있어 언제 봐도 매력 있네 그 사나이…”

유해진은 추송웅의 연기에 반해 꿈꾸게 된 연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영화 데뷔작 ‘블랙잭’을 꼽았다. “트럭 운전사로 잠깐 나와 욕을 심하게 하는 거친 역할이었는데, 그때 영화 쪽 몇몇 분들이 제 이름을 알기 시작해 ‘주유소 습격사건’, ‘무사’, ‘신라의 달밤’ 출연으로 이어졌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좋은 길을 걸어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br>쇼박스 제공
13일 개봉하는 영화 ‘럭키’(Luck, Key·이계벽 감독)는 유해진(46)의 매력이 샘솟는 작품이다. 도입부를 강렬하게 장식하는 노래-함중아의 ‘그 사나이’를 리메이크했다-처럼 말이다. 사실상 원톱 주연작이나 다름없어 더 반갑다. 유해진은 운이 억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고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깔끔한 일처리로 유명한 냉혹한 이 해결사는 지지리 궁상 단역 배우(이준)와 서로의 삶을 바꾸어 살아가는 소동을 겪는다.

여기까지는 원작인 일본의 블랙 코미디 ‘열쇠도둑의 메소드’(2012) 그대로인데, 유해진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듬뿍듬뿍 뿌려진다. 킬러로 갈고닦은 솜씨를 분식집 단무지 공예와 김밥 아트,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의 화려한 액션 연기로 승화시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평범한 삶에서 마주치는 수줍은 로맨스 또한 원작과는 다른 매력이 묻어난다.

영화 ‘럭키’
“코미디 장르지만 과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잖아요. 표현마저도 과하면 영화가 붕 뜰 것 같았거든요. 과장이 아닌 상황에서 빚어지는 고급진 웃음을 주려 했지요.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보려고 원작을 한 번 봤는데 연기에 참고하지는 않았어요. 일본과 우리는 웃음 색깔이 다르거든요. 최대한 우리식 웃음을 보여 주려 했죠.”

이전 작품들보다 멜로 선이 뚜렷한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키스신도 무려 두 번이나 나온다! 본격 멜로에 대한 욕심이 부풀지 않았을까.

“멜로 장면 전까지의 그림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두드러기 없이 받아들여진 게 아닐까요. 본격 멜로를 한다면 장르가 탐나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좋아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애드리브로 유명한 유해진. ‘럭키’에서도 애드리브로 다양한 웃음 포인트를 심은 그는 애드리브가 단순한 말장난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를 경계하기도 했다. “즉흥적인 말장난도 영화의 윤활유가 될 수 있지만 애드리브가 오로지 그것만은 아니에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서로의 생각을 모으는 과정 전체가 애드리브예요. 주인공이 엉겁결에 드라마 엑스트라로 뛰게 된 장면이 있는데, 제 경험이 많아 아이디어 제안을 많이 했죠.”

어려웠던 시절이 화제에 오르자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영화의 옥탑방은 제가 후배에게 얹혀 살던 곳과 비슷해 옛 생각이 많이 났어요. 주머니에 2000원도 없을 때가 허다했죠. 서울의 야경을 볼 때면 이렇게 집이 많은데도 내가 누울 공간은 하나도 없다는 게 서럽기도 했어요. ‘무사’에 출연하고 나서야 볼품은 없었지만 저만의 공간을 갖게 돼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영화처럼 다른 이의 삶을 꿈꿔 본 적은 없을까.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제 삶이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후회하진 않아요. 다른 삶을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 치열하게 살았던 그 나이대로 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스스로는 배우로서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할까. 자기 입으로 그런 걸 민망해서 어떻게 이야기하냐고 허허 웃음을 짓다가 짓궂은 질문이 이어지자 어렵사리 말문을 연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다른 것보다도 친근감인 것 같아요. 등산 가 보면 바로 알아요. 스스럼없이 다가오시거든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게 그런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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