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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반려동물을 특히 고양이를 키운다면 제목부터 가슴이 쿵 내려앉을 영화다. 분명 고양이가 영화 내내 등장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너무도 당연히 존재하고 있어서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주위의 소중한 것들과 그것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주인공(사토 타케루)은 어느날 갑자기 뇌종양 진단을 받고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 절망한 상태로 집에 들어오자 그를 반기는 것은 고양이 양배추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낯선 남자다.

그는 자신을 “악마 정도로 해두지”라고 소개한 후 주인공이 내일 죽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생명을 건 거래를 제안한다. 이 세상의 물건 하나를 없애는 대신 당신에게 하루를 더 주겠다고. 그 물건은 악마가 정한다.

당장 죽음을 받아들일수 없는 주인공은 제안을 수락하고 악마는 첫번째 없애는 물건으로 전화를 지목한다.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지는 순간, 사라지는 것은 전화뿐만이 아니다. 전화로 인해 연결됐던 사람들, 추억들 모두 사라졌다. 잘못 걸린 전화로 만나게 됐던 첫사랑 그녀(미야자키 아오이)도 그와 닿지 않은 사람이 됐다.

두번째 날에 악마는 영화를, 세번째 날에는 시계를 없앴다. 그리고 그것들과 연관된 소중한 추억들도 모두 없었던 일이 됐다.

“사람이 고양이를 기르는 게 아니야.
고양이가 사람 곁에 있어주는 거야.”

주인공은 어린시절 양상추 박스에 담긴 새끼고양이를 주워왔다. 어머니(하라다 미에코)는 고양이 알러지가 있었지만 아들과 고양이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고 함께 살게 된다. 어느새 고양이는 어머니의 것이 되고 알러지는 사라졌다. 고양이는 가족과 하나가 되었다.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늘 집안 어딘가에 함께 있다. 기쁜 순간에도, 슬픈 순간에도 함께 있다. 늘 곁에 있어준 고양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그 존재와 함께 얽힌 추억들도 몽땅 없었던 일이 되버린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그걸 없앨 수 있을까.

우리에겐 고양이가, 혹은 고양이처럼 늘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는 소중한 추억이 배어있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들로 인해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마워요 태어나고 만나고 꽃이 피었다는 것”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O.S.T. 중

감독: 나가이 아키라, 11월 9일 개봉.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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