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칸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올해 베를린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초청받았다. 한국 작품의 베를린 경쟁 부문 진출은 4년 만이다. 홍 감독은 ‘밤과 낮’(2007),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에 이어 세 번째로 최고상인 황금곰상에 도전하게 됐다. 이 작품이 국내 영화 팬들에게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까닭은 홍 감독과 주연 배우 김민희의 스캔들 때문이다. 영화제 홈페이지에 따르면 ‘밤의 해변에서…’는 유부남과 불륜 사이인 유명 여배우가 잠시 따로 시간을 갖기 위해 함부르크와 강릉을 여행하며 사랑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스캔들 이후 공식 석상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이 베를린에서 함께 공식 일정을 소화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밤의 해변에서…’와 함께 황금곰상을 다투는 작품은 모두 17개다. ‘양철북’(1979)으로 유명한 독일 거장 폴커 슐렌도르프가 신작 ‘리턴 투 몬턱’으로 오랜만에 베를린에 얼굴을 비친다. ‘유로파, 유로파’(1989), ‘토탈 이클립스’(1995) 등으로 널리 알려진 폴란드 여성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미스터리 스릴러 ‘포콧’으로 초청장을 받았다. 자녀를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의 정신적 상실감을 다룬 ‘아들의 자리’(2013)로 황금곰상을 거머쥐었던 루마니아 출신 칼리 페터 네쩌 감독은 ‘아나, 내 사랑’으로 4년 만에 다시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 난민 문제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화염의 바다’가 황금곰상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올해 다큐멘터리로는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진출한 독일 안드레스 바이엘 감독의 ‘보이스’도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독일 현대 미술의 거장이자 전위 예술가인 요셉 보이스를 다뤘다. 개막작인 프랑스 에티엔 코마 감독의 ‘장고’도 눈에 띈다. 벨기에 출신 프랑스 재즈 기타리스트로, 집시 스윙의 창시자인 장고 라인하르트의 삶을 그렸다.
비경쟁 6개 작품 중에서도 화제작이 눈에 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로건’이 슈퍼히어로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상영)를 갖는다. 20년 가까이 울버린(로건)으로 열연한 휴 잭맨의 마지막 엑스맨 시리즈로, 노년의 울버린이 등장한다. 대니 보일 감독도 자신의 출세작 ‘트레인스포팅’의 후속편을 21년 만에 베를린에서 첫선을 보인다. ‘T2: 트레인스포팅2’다. 이완 맥그리거, 조니 리 밀러, 로버트 칼라일, 이완 브렘너 등 1편 배우가 총출동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영화로는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 차재민 감독의 단편 ‘12’ 등 네 편이 신인 감독의 작품이나 실험성 짙은 작품을 소개하는 포럼 부문에, 문창용·전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앙뚜’가 10대 청소년이 심사위원으로 나서는 제너레이션 부문에서 선보인다.
이수원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독일과 동구권을 중심으로 세계적 감독들의 신작이 경쟁 부문에 대거 포진했다”고 평가했다. 영화제는 19일 폐막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