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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의 인물은 모두 이타적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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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이기적인 존재들이 서로를 겪으며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점차 이타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그려내 좋았습니다.”KBS 2TV ‘추노’의 곽정환 PD는 ‘추노’의 매력을 이처럼 말했다.


▲ KBS2 드라마‘추노’
25일 막을 내리는 ‘추노’를 지난 8개월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곽 PD를 24일 밤 전화로 만났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잘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만 있었고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다”는 그는 “그러나 찍으면서 점차 확신이 들었다.스토리가 너무 재미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멋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망간 노비와 그를 쫓는 추노꾼,양반에서 노비로 추락한 무관,노비에서 양반으로 둔갑한 여인 등 기막힌 삶을 그린 ‘추노’는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스토리,빼어난 영상 등이 어우러져 방송 내내 화제를 모았다.

 곽 PD는 “산으로 들로 야외 촬영을 다니느라 솔직히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몰랐다.그런데 한 선배님이 내게 ‘대한민국을 한번 들었다 놓았다’고 하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시청률을 떠나 시청자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전했다.

 그가 ‘추노’를 만난 것은 2008년 11월이다.‘굉장히 재미있는 사극 대본이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해 대본을 손에 넣었다.그리고 그날로 운 좋게 대본의 주인인 천성일 작가를 술자리에서 만났다.

 “천 작가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연출하게 해달라고 졸랐죠.대본을 읽으니 이 대본은 내가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한눈에 꽂힌 거죠.궁중이 아닌,저잣거리 이야기인 데다,사회성이 짙어서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제가 원래 개인의 감정보다는 개인을 둘러싼 시대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곽 PD는 2007년 8부작 퓨전 사극 ‘한성별곡’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 바 있다.격동과 혼돈의 조선 후기 수도 한성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를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일반적인 사극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한성별곡’은 강력한 개혁정책을 펼치는 임금과 독선적 왕권에 전전긍긍하는 보수 세력의 충돌이라는 격변기의 한가운데서 무엇이 올바르고 진실한 삶인지를 묻는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실 사극은 피하고 싶어요.촬영이 너무 힘들거든요.그런데 현대극에서는 사회성 있는 드라마를 하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사극을 하게 됩니다.전 메시지가 있는 현대극을 해보고 싶어요.‘추노’는 개인의 한계를 그리고,그 한계가 바로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라 좋았어요.”앞서 ‘추노’의 천성일 작가는 “드라마의 빼어난 영상은 모두 감독님의 공이다.또 난 역사적 지식이 일천해 대본을 대충 넘기는데 감독님이 철저히 연구하고 고증해서 연출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곽 PD는 “무슨 소리냐.각주 달린 대본은 처음 봤다.대학 논문 이후 각주가 달린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그런데 ‘추노’에는 엄청난 각주가 달려있다”며 “그만큼 작가가 철저하게 고증하고 준비했다는 것 아니겠냐.작가가 참 인간성이 좋다.난 작가가 다 묘사해놓은 것을 그대로 연출만 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곽 PD는 대본을 비롯해 촬영지 섭외,액션지도,연기 등 모든 구성원이 제 몫을 훌륭하게 해줬기 때문에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말했다.특히 ‘추노’는 우리 국토의 숨겨진 아름다운 곳을 찾아내 그 절경을 배경으로 멋진 액션신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한성별곡’ 때부터 사극용 촬영지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은 게 있어요.우리 사극은 우리나라에서 찍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이나 해외로는 안 나갔습니다.우리나라의 멋지고 예쁜 곳을 많이 보여주자는 생각이 있었어요.”그는 “연출자의 역할은 연기자와 스태프가 갖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판을 짜서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내가 한 것은 별로 없고 그저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좀 더 잘해봐’라고 말한 것밖에 없다”며 웃었다.

 ‘추노’의 옥에 티라면 초반에 거세게 인 ‘민폐 언년’ 논란이다.이다해가 연기한 언년이 캐릭터가 다른 인물에 비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곽 PD는 “언년이는 24부가 다 끝나야 비로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대길이는 악독하고 잔인함으로 무장한 이기적 캐릭터로 철저하게 계산해 움직이는 나쁜 놈이었어요.또 태하는 대의와 나라에 대한 충성만 생각하는 고지식한 무관이었죠.그런 두 사람이 언년이를 통해 비로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노비의 존재와 삶을 온전히 이해하게 됩니다.그렇듯,언년이도 아무것도 못하던 여성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와 자신보다 훨씬 나약한 원손을 보살피는 역할을 하면서 성장하죠.처음에 언년이가 욕을 먹었다면 그것은 연기자가 그만큼 잘해줬다는 뜻입니다.언년이의 발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초반의 수동성이 필연적이었던 겁니다.”그는 “연출하면서 ‘내가 연출하는 게 맞아?’라고 생각한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다.그만큼 감탄을 자아내는 순간이 많았다”며 “주조연을 망라하고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났고 그 조화가 눈부셨다.덕분에 정말 행복하게 찍었다”고 말했다.


 다만,아쉬움이 있다면 10부까지만 사전 제작을 한 까닭에 그 이후에는 아무래도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내지 못한 점이다.

 “시간에 쫓겨 배우들이 한 번 더 하자고 할 때도 ‘됐다’고 넘어간 경우가 있는데 이 자리를 빌려 미안했다는 뜻을 전하고 싶네요.”그렇다면 ‘추노2’는 제작될까.

 “‘추노’는 천성일 작가의 대본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품이라,2편 역시 천 작가님의 손에 달렸어요.저야 처분에 따를뿐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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