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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감정 기복이 심한 남자는 남편으로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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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미소가 돋보이는 배우 박진희(32)가 피곤하고 지친 얼굴로 나온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1998년 데뷔작이었던 ‘여고괴담’과 오는 22일 개봉 예정인 ‘친정엄마’(유성엽 감독)가 전부다. 여태껏 많은 작품이 그의 유쾌하고 씩씩한 매력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친정 엄마’에서는 많이 다르다.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자라나 시댁의 반대를 무릅쓰고 넉넉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지만. 암에 걸려 친정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뒤로하고 결국 세상을 떠나는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관객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겠지만. 이번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선물”이라며 기뻐하는 그를 지난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박진희


-작품에서 죽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합니다.

그동안 너무 건강해 보여서였을까요? 단 한 번도 죽어본 적이 없어요(웃음).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도 많지 않아요. ‘여고괴담’ 정도를 제외하면 드라마 ‘비단향꽃무’가 유일했죠. 평소 전도연 선배님과 고두심 선생님이 나왔던 영화 ‘인어공주’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왕이면 30대 초반에 ‘인어공주’처럼 모녀 관계를 다룬 영화에 출연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어요. ‘친정엄마’의 캐스팅 제의를 두말하지 않고 수락한 이유죠. 게다가 존경하는 김해숙 선생님이 제 엄마라는데. 거절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죠.

-굳이 30대 초반의 나이일 필요가 있었나요?

30대 초반은 인생과 사랑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연기자로서 감성이 좀 더 풍부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동갑내기 친구들 가운데 이제 절반은 아내와 엄마가 됐는데. 그 친구들을 요즘 만나면 대화의 화제와 깊이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곤 해요. 나이를 먹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바뀔 수 있었을까. 자주 생각합니다. 물론 만나는 친구마다 “아내와 엄마가 되고 싶지? 말리지는 않겠는데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는 게 좋아”라고 항상 충고하지만요(웃음).

-나이 먹어가는 것을 언제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감성이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연기자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원래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얼마 전 운전 도중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결혼을 앞둔 딸과 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펑펑 운 적도 있어요. 엄마를 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어요. 영화속 김해숙 선생님처럼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엄마를 바라볼 때마다 ‘왜 엄마는 여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했을까’라는 의문에 사로잡히기도 해요. 엄마 곁을 떠난다고 하면 괜히 눈물부터 흐를 것 같고요. 어휴…. 늙었나 봐요(웃음).

-말 나온 김에 결혼에 대한 생각도 묻고 싶습니다.

얼마 전 끝낸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나온 제 대사인데요. “언젠가 때가 되면 나타날 인연을 만나기 위해. 지금 괜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겠어”라고 말합니다. 바로 지금 생각과 같아요. 예전에 억지로 인연을 만들려다가 크게 상처를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어요.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지는 않겠지만. 굳이 무리해서 감을 따진 않겠다는 말이죠.

-나이가 있는데 아직도 이상형이 있나요?(웃음)

이상형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조금 그런데요. 제 감정을 중화시켜줄 수 있는 상대였으면 해요. 연기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직업이잖아요. 그런데 남편까지 감정의 기복이 삼하면 곤란할 듯싶어요. 이를테면 산처럼 묵직한 사람? 그런 남자가 갈수록 좋아져요. 그러려면 연기자가 아닌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분이어야겠죠. 물론 같은 연기자도 (남편감으로) 장점이 많을 것 같은데…. 하여튼 그래요.


-지금 가장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요.

음….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나를 버렸으면 좋겠어요. 구체적으로는 욕심과 연민. 미련을 모두 털어냈으면 합니다. 한 번 내린 결정은 잘 후회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최근 들어서는 과거 삶의 기로에서 내렸던 선택들에 대해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이란 후회를 자주 하게 돼요.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 스님처럼 소유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일과 사랑에서 모두요.

조성준기자 whe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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