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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칸출품작 ‘하녀’로 컴백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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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으로 1년6개월여 짧은 공백을 가진 ‘칸의 여왕’ 전도연(37)이 생애 12번째 작품이자 두번째 칸영화제 출품작인 ‘하녀’를 들고 컴백했다.

▲ 전도연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년)’는 주인남자와 하녀의 불륜을 다룬 문제작으로 영화 전반에 흐르는 기괴한 분위기와 도발적인 대사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처녀들의 저녁식사’ ‘바람난 가족’을 만든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현대적 감각으로 리메이크했다.

전도연이 ‘하녀’역에 캐스팅 되면서 올해 최고 대작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경기도 양수리에 700여평 규모로 지어진 하녀의 ‘집’에서 진행된 75일의 촬영기간 동안 불꽃같은 관능. 미칠듯한 절규. 오싹한 복수극까지를 마무리짓고 다시 말간 자신의 얼굴로 돌아온 전도연을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욕조닦는 그 하녀. 수상하다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이은심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녀’ 역 이은심의 관능적이면서도 기괴한 열연덕분에 치정 스릴러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러번의 리메이크를 통해 윤여정. 나영희 등 쟁쟁한 ‘하녀’가 탄생했고. 전도연은 ‘은이’라는 기존에 없던 또 다른 하녀로 돌아왔다.

“원작의 ‘하녀’는 처음부터 위험하고 당장이라도 사고를 칠 것같은 분위기라면. 은이는 아주 순수한 성격이에요. 이 여자가 왜 그렇게 도발적으로 변하게 될까. 그런 걸 표현하는게 쉽지않았죠.” 미련할 만큼 순수하던 하녀 은이는 지나치게 친절한 집주인 훈(이정재 분)의 유혹에 넘어가 불륜에 빠져들게 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는 은이의 갈망으로 평온하던 집은 금방이라도 깨뜨려질듯 위태로운 공간으로 변한다.

“기존의 ‘하녀’와 비교해서 가장 발전한 부분이 미술적인 부분이에요. 하녀의 방. 아이의 방. 부부의 방이 가로로 연결되면서 공간이 빚어내는 구조적인 긴장을 경험할 수 있으실 거에요.”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은 훈과 은이의 정사 이후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내용상 노출이 계속 관심사일 수밖에 없지만. 시각적으로 대단히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에요. 오히려 ‘해피엔드’와 비교하면 야하다는 느낌이 적을 수도 있어요. 오히려 그런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파격적인 대사가 더 야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일상에 쿨한 남편. 가슴에 짠한 딸


올해로 결혼 3년째. 개인으로서 전도연은 어느새 주부이자 엄마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결혼을 통해 연기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는 느낌이 들지않냐’는 물음에는 “글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전에 ‘밀양’을 찍을 때 아이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에는 무언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열등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감정이 갑작스럽게 풍성해지는건 아닌 것같아요. 다만 예전엔 아픈 아이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가슴아파하면서 보곤 했는데. 요즘에는 아예 보지를 못할 정도에요.”

작품활동을 쉴 때 전도연은 주로 뭘할까. 그는 “빨래하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다”면서 웃었다. 스스로도 살림이 꽤 적성에 맞다는 그를 연기자로 더 강하게 밀어주는 사람은 남편이다. “아이가 한창 엄마손이 많이 갈 때인데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거 때문에 고민하면 남편이 그래요. 아이는 그냥 큰다. 저 나이때 부모가 옆에 있었는지 어땠는지 기억도 못한다고. 마음 편하게 연기하라고 해요. 쿨한 사람이죠.” 15개월된 딸은 남편과 전도연을 반씩 닮았다. 언뜻보면 남편을 닮았는데. 톡 튀어나온 이마와 웃을 때 콧잔등에 생기는 주름은 영락없이 그란다.

◇전도연의 소통. 좁고 깊게

스무살에 CF모델로 데뷔한 그는 1997년 ‘접속’으로 영화에 입문한 뒤 1년에 한편씩 꾸준한 속도로 작품을 해왔다. 영화편수로도 수상경력으로도 만만치 않은 경력이지만. 낯가림 심하고 예민한 성격은 그대로다. “좁은 인간관계를 깊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가끔씩 내가 인간관계를 너무 편식하는건 아닐까하고 반성할 때도 있어요. 주변에 친구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지런히 인간관계를 이어가잖아요? 나라는 사람은 그런 면에서 참 부지런하질 못한 것같아요.”

관계맺기를 서툴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은 사이버세상에도 마찬가지다. 잠시 열심히 갖고 놀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몇년째 닫아놓았고. 요새 뜬다는 트위터가 뭔지도 도통 모른다. 세상의 속도를 어려워하는 그지만. 배우로서 자신의 페이스에는 자신이 있다. 이 길만 보고. 우직하게 걸어온 사람의 담담한 자신감이다.

“어릴 때는 꿈이 없는 아이였어요. 어렴풋이 그냥 현모양처가 되어야지 했었죠. 제가 배우가 될지도. 서른 일곱에 연기를 하고 있을지도 몰랐어요. 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헤매고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주어진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면서 끝까지 배우로 살고 싶어요.”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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