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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연기로 돌아온 황정민 “나는 타고난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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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준익 감독)에서 맹인 검객 ‘황정학’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40)은 구성진 말투와 몸짓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역시 황정민!”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구르믈~’은 지난 주말인 2일까지 4일간 전국 51만 1607명을 동원해 같은 기간에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아이언맨2’에 이어 박스 오피스 2위에 올랐다. 이준익 감독과의 만남과 맹인 역할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황정민의 요즘 기분은 어떨까.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홀가분함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할 듯한 그를 만나봤다.

▲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주연배우인 황정민이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나는 타고난 광대!

황정민 하면 자연스럽게 ‘연기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때론 관객의 마음을 후벼 파기도 하며 환하게 웃게 하는 힘을 지녔다. ‘구르믈~’에서도 그는 웃음과 울음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신명나게 연기했다. 그야말로 ‘황정민은 타고난 광대’였다.

“맹인 연기 자체가 거짓말이잖아요. 이왕 할 거 진심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흉내도 잘 내야겠다고도요.(웃음) 집사람한테 제 모습을 봐달라고 하면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이왕 거짓이라면 인물이 더 중요하니까 캐릭터 분석도 철저히 했죠. 무엇보다 황정학의 마음으로 들어가 연기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맹인 검객 황정학은 재미있고 어눌한 걸음걸이가 눈길을 끈다. 왕이 되고자 칼을 휘두르는 왕족 출신 반란군 이몽학(차승원)과 대치하는가 하면 항상 자신을 따라다니는 세도가의 서자 ‘견자’(백성현)를 놀려먹으며 검술을 조금씩 가르치기도 한다. 황정민은 극 중에서 황정학과 일심동체가 됐다.

“눈을 감고 연기를 했는데도. 눈을 뜬 것 이상으로 인물들과 소통이 되는 것을 느꼈죠. (예전 작품들에 비해)대사도. 지문도 별로 없는 대본을 보면서 철저히 황정학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한판 제대로 놀 수 있게 해준 이준익 감독님께 감사하죠. 물론 깊은 외로움에 빠지기도 했어요. 천안함 사고와 화산 폭발. 그리고 어찌 보면 시대의 우울한 면면을 담고 있는 영화까지 우울한 점이 온통 많았으니까요. 그래도 시사회 때 보니까 관객들이 많이 웃어주시던데요. 하하하.”

◇의외의 인맥? 길. 하하. 김제동

인맥이 넓은 편이지만. ‘절친’으로 길과 하하. 그리고 김제동을 선뜻 꼽아 다소 놀랐다. 어떤 인연일까. 황정민은 이들과의 모임 이름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했으며 각각 별명도 있다고 했다. 황정민은 ‘뜬달이 형’. 하하는 ‘생달’. 김제동은 점점 하는 일이 적어지고 좁아진다 해서 우스갯소리로 ‘월식’으로 붙였다. 또한. 길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반달’로 불린다며 웃었다.

“아~ 방배동 친구들이에요.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 심심할 때 만나요. ‘형님 술 한잔하실까요?’라고 길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사실 먼저 길이랑 친해졌어요. 영화 ‘사생결단’할 때 작업을 같이했었거든요.”

편안한 외모와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자연과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황정민은 “저. 네온사인 상당히 좋아합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네온사인 좋아한다는 게 조금 의외인가요? 시골에서 경치도 한두 번이죠.(웃음) 영화 찍으면서 지방을 많이 다녀서 온갖 곡주와 막걸리는 다 먹어봤던 것 같아요. 그럴 때 정말 맥주가 그립더군요.”

◇또 다른 도전과 희망이 있다

황정민은 영화뿐만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아니! 아이스크림도 골라 먹는데. 작품도 그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라며 재치있게 말했다.

“데뷔 10년이 됐어요. 참 고마운 것은 좋은 분과 함께했다는 것이죠. 대단히 운이 좋은 거죠. 관객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찾아가는 것은 제공자가 하는 역할인 것 같아요. 당장 영화 ‘부당거래’를 촬영 중이지만. 올 연말이나 내년쯤에는 조금 다른 형식의 연극을 하려고요. 어릴 적부터 함께해 온 친구 4명과 꾸준히 얘기해 왔던 것인데 이제 막 올릴 준비를 하려고요. 제가 부전공을 마임을 했으니 아마도 퍼포먼스의 주연은 바로 제가 아닐까요?”


‘연기 안 했으면 무엇을 했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대부분 연기자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혹은 “연기와 관련된 분야가 아닐까요?”라고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많잖아요. 전전긍긍하며 살고 싶지 않아요. 사실 10년만 투자하면. 무슨 직업이든 1등을 할 자신감이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10년 동안 페인트칠만 한다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요. 저는 지금이 즐거워요.”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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