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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훈은 나쁜놈, 이상한놈, 재수없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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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 이상한 놈. 재수없는 놈.” 영화 ‘하녀’속에서 자신이 연기한 주인집 남자 ‘훈’에 대한 이정재(37)의 평가가 까칠하다. 김기영 감독의 원작에서 하녀의 유혹에 휘둘리며 고뇌하던 남자 ‘훈’은 2010년 하녀를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야비한 상류층 인사로 돌아왔다. 이정재로서는 데뷔 17년 만에 만난 가장 지독하고. 껄끄러운 상대였다. ‘훈’이 이정재를 압도했는지. 이정재가 ‘훈’을 장악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하녀’를 통해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고 말했다. ‘하녀’의 개봉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이정재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 이정재


◇입에 착 붙는 타고난 악역? 쉽지 않았다

이정재에게 최근 몇년은 배우로서 정체기였다. 톱스타라는 명성에 걸맞은 흥행운도 없었고. 상복과도 연이 닿지 않았다. 그는 “너무 일찍 남우주연상(1999·청룡영화제)을 받은 뒤 우쭐해져서 연기가 더 안 좋아졌던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답답했던 2000년의 끝에 ‘하녀’를 만났고 그에게 선물처럼 ‘칸 영화제’ 초청장이 날아왔다. 그는 “기쁘다. 배우 생활을 하며 언젠가 칸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칸 선배’인 전도연과 함께다. ‘하녀’를 통해 처음 연기호흡을 맞춘 전도연에 대해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을 하면서 저 배우와 한번 더 연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한 여배우가 상당한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캐릭터를 선택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죠. 자신의 일과 연기에 애착과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얘긴데. 그런게 좋았어요.”

‘하녀’에서 이정재는 전도연을 철저히 짓밟는 역할이다. 학대를 사랑이라 믿는 하녀의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상수 감독은 베드신 현장에서 직접 대사를 전달했다. ‘하녀’에서 반전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대사다. 앞서 인터뷰를 한 전도연은 문제의 대사를 언급하며 “이 영화는 비주얼보다 대사가 야한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작 대사를 해야 했던 이정재는 어땠을까. “극의 밀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신이었고. 중요한 대사였어요. 다만 늘 그런 말을 해왔던 사람처럼. 입에 착 붙도록 말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마흔 살엔 뱃살이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파

결혼적령기를 넘긴 뒤 이정재에게는 인터뷰 때마다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이 어김없이 쏟아진다. 마침 10년 지기 친구 고소영이 결혼에 골인해 싱글 친구가 또 한 명 줄었다. 여전히 솔로인 그와 정우성에게 ‘국민적 결혼압박’은 거세지고 있는 상황. 그런가 하면 최근 그는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씨와 필리필 마닐라로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부동산 사업차 함께 갔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혼에 대해 이정재는 “일단 올해 안에는 우성이나 나나 결혼은 힘들다. 뭐가 있어야 가지 때려죽여도 못간다”며 웃었다. 무뚝뚝 해보이는 것과 달리 연애할 때 그는 다정다감한 남자란다. “여자친구 있을 때 잘해요. 참. 제 입으로 이렇게 말하는 게 그렇지만.(웃음) 연애할 때는 여자친구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려고 해요. 약속이 있어도 늘 함께 다니고.”

혼자 사는 남자 이정재의 취미는 인테리어다. 발품 팔아 산 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다소 부르주아틱해 보이는 가구 수집은 심미안을 길러주는 소중한 취미다. “사실 어릴 때부터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대학 재수시절에 우연히 배우의 길에 들어서서 지금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건축과 관련된 일이 관심분야에요.” 그런 적성을 살려 최근엔 고급빌라의 건설과 분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연예계에 발을 디딘지 어느새 17년. 영화 ‘젊은 남자(1994)’로 청춘의 아이콘이 됐던 때 그의 나이는 갓 스물하나였다. 젊음이 무기이고 재산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 그는 “나이에 맞게 배도 나오는 연기자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1시간여의 짧은 인터뷰는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맺음 지었다. “배우들의 고민은 아마 다 똑같을 것 같아요. 좀 더 좋은 역할. 좀 더 완성도 있는 영화를 하고 싶은 게 제일 큰 고민이죠. 저 같은 경우는 영화편수도 많지 않으니까 더 문제고. 이제 많이 좀 해야죠.”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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