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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톱스타 못돼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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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3월 26일 뒷산에 도롱뇽을 잡으러 간다던 대구의 초등학교 어린이 5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11년이 흐른 뒤인 2002년 9월, 아이들은 차가운 유골로 돌아왔다.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1986~91년), 이형호군 유괴 살인 사건(1991년)과 더불어 3대 미제로 꼽히는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 ‘아이들’이 17일 개봉한다.

 화성과 이형호군 사건을 각각 다룬 ‘살인의 추억’(2003년·525만명)과 ‘그놈 목소리’(2007년·314만명)가 흥행은 물론, 공소시효 논란을 부각시키는 등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기에 이 영화에 더 관심이 쏠린다.




 ‘아이들’은 다큐멘터리를 조작한 사실이 탄로 나 대구로 좌천된 야심만만한 젊은 PD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특종을 낚아 서울로 복귀할 꿈을 꾸는 강지승 PD(박용우)가 ‘한 아이의 부모가 유괴를 가장해 아이들을 죽인 뒤 집에 암매장했다.’라는 황우혁(류승룡) 교수의 주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영화의 심박수는 빨라진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엇갈리지만 별 이견이 없는 부분이 있다. 박용우(40)의 연기다. 그는 특종에 눈이 먼 저널리스트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용의자와 육탄전을 벌이는 가장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해냈다. ‘배우 박용우’에 좀 더 방점을 찍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한 ‘아이들’그 속에서 박용우는

 

 ●영화 전반부의 출세에 눈이 먼 강 PD와 후반부의 강 PD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어떻게 이해했나.

 -이중적인 느낌이라 더 좋았다. 개인적인 욕망이나 욕심을 드러내는 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나의 얘기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딸의 납치를 겪으면서 자신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같은 일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걸 느꼈을 때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게 흥미로웠다.

 

 ●성지루, 성동일, 류승룡, 김여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나온다. 주연의 부담은 덜할까.

 -장단점이 있다. 북 치고 장구 치고 안 해도 되는 건 좋다. 에너지를 축적시키고 있다가 터뜨릴 때에만 터뜨리면 된다. 하지만 신경 쓸 일도 많다. (상대 배우들의) 감정들을 다 받아주고 호흡을 나누고 전체적인 내용을 분석해서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선수끼리는 그런 게 훨씬 어렵고 힘들다는 걸 안다.

 

 ●영화를 15편쯤 했다. 가장 몰입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10초쯤 생각한 뒤) ‘혈의 누’(2005)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2002년 ‘스턴트맨’이라는 영화를 85%쯤 찍다가 엎어진 뒤로 섭외가 끊겼다. 그러다가 낯설고, 개인적으로도 싫어했던 TV 사극 ‘무인시대’(2003)를 찍었다. 고려 명종 때 정중부를 제거한 경대승 역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 이 드라마를 계기로 영화를 다시 찍게 됐다. (‘혈의 누’를 연출한) 김대승 감독이 TV를 보는데 ‘대승아, 대승아.’ 하는 게 재미있었다더라. KBS에서 우수연기상도 받았다.(웃음)

 

 ●신인도 아닌데 ‘혈의 누’가 왜 그렇게 힘들었나.

 -캐스팅되면서 각오가 남달랐다. 그때만 해도 배우는 연기로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감독과 대화를 안 했다. 촬영 전날 밤 잔뜩 준비해서 감독님을 놀라게 해 드릴 생각을 했다.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자 감독님이 “NG”를 연발하면서 화를 내더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며 호통을 치셨다. 망했구나 싶었다. 기술시사에서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감독님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깨달았다. 혼자 튀려고 했던 거다. 한 방을 보여줘야 하는 4번 타자인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헛손질만 한 격이었다.

 

 ●많은 변화가 있었겠다.

 -‘혈의 누’ 이후 감독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내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작품을 위해 배우가 존재한다는 걸 비로소 느꼈다. 그 영화에서 내 역할은 10~15 장면밖에 안 나오는데 전체를 지배하고 있더라. 배역 분량이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 성격과 가까운 캐릭터는.

 -과거 시점으로 보면 ‘핸드폰’(웃음을 잃지 않는 대형 할인매장 모범 사원이지만 쉽게 상처 입고 돌변하는 이중적인 캐릭터)에서의 역할이 가깝다.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많았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상대의 작은 몸짓에 며칠씩 고민했다. ‘트리플 A형’ 같은 사람이었다. 지금은 ‘혈의 누’ 캐릭터에 가깝다. 그렇다고 살인마란 얘기는 아니다.(웃음) 차분하게 팩트를 갖고 객관적인 사실을 찾아 해매는 부분이 비슷하다.

 

 

 아직도 톱스타 느낌은 안 든다는 까칠한 질문에 박용우는

 

 ●1997년 ‘올가미’로 영화 데뷔를 했다. 처음부터 주연급으로 시작했는데 아직도 톱클래스란 느낌은 안 든다.

 -죄송하다.(웃음) 폭발적인 흥행이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톱클래스 아니라고 해서 마음에 담아두는 건 아닌가.

 -인정할 부분은 해야 발전하는 것 같다. 솔직히 그 질문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다 인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는 안다. 요즘 톱클래스는 원빈, 강동원처럼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 아닌가.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거다. 마음속 톱클래스는 따로 있는 거고.

 



 ●마음속 톱클래스는 누구인가.

 -너무 어두운 영화를 고집하는 걸 빼면 량차오웨이(양조위)다. 누구나 그를 톱클래스로 생각할 거다. 깊은 연기자이면서 스타다. 결국 나도 대중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사랑해주길 바란다. 그러려면 흥행이 좀 되야겠지. (‘아이들’의) 이규만 감독은 량차오웨이에 대해 “항문에서부터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하더라. 즉발적인 게 아니라 아주 깊은 데서 끌어올리는 연기라는 뜻이 아닐까. 그의 눈빛은 정말 너무 닮고 싶다.

 

 ●배우 박용우의 강점은.

 -포기하지 않는 거다. 점점 더 나한테 상을 주고, 점점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배우로서 외적이든 내적인 모습이든 성장하고 있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하고 싶다.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나.

 -‘배설’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안으로 삭이는 것 말고 많이 행동하고 터뜨렸으면 좋겠다. 코미디든 멜로든 상관없다. 다만 최근 진지하고 의미있는 역할을 많이 해 다음에는 밝고 행복한 작품을 하고 싶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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