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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vs 대기만성, 엇갈리는 안방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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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시장이 단기전에서 장기전 양상으로 변화하면서 안방극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드라마는 통상 극 초반 시청률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용두사미형 드라마가 늘어나는가 하면 뒤늦게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 뒷심을 발휘하는 대기만성형 드라마도 속출하고 있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초반 4회까지의 시청률이 드라마의 성패를 가른다는 속설이 많았다. 이른바 ‘2주의 법칙’이다. 따라서 초반 기선을 잡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아낌없이 ‘집중 투하’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시청자들의 눈길 잡기에 성공했더라도 갈수록 외면당하는 드라마가 적지 않다. 지난 24일 종영한 MBC 수목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가 대표적이다. 여주인공 김태희의 연기 변신으로 3회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으나 경쟁작인 SBS ‘싸인’에 추월당하면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21일 종영한 SBS ‘아테나:전쟁의 여신’도 초호화 캐스팅에 14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한국형 첩보액션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으나 갈수록 외면받은 용두사미 드라마의 전형이다. 첫회 25.9%(TNmS 기준)의 높은 시청률은 마지막회에 12.4%로 반토막 났다.

앞서 막을 내린 KBS ‘도망자’도 비슷한 경우다. 5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제빵왕 김탁구’의 뒤를 이어받았음에도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첫회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대박 가능성을 보였으나 경쟁작 SBS ‘대물’에 밀려 10%대 초반의 초라한 성적표로 퇴장했다.

SBS ‘싸인’은 정반대 경우다. 부검이라는 딱딱한 소재 탓에 초반 바람몰이에 실패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사건과 사건이 맞물리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입소문 덕에 역전에 성공했다.

28일 종영하는 KBS 월화 드라마 ‘드림하이’도 아이돌 연기자들이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10%대 시청률로 출발했다. 하지만 극 중 인물들 간의 긴장감이 살아나고, 매회 다른 춤과 노래로 화제를 모으면서 꾸준히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결국 대작 ‘아테나’를 제치고 월화극 정상에 올라 방송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방송 두달이 넘도록 회생 기미가 없다가 뒤늦게 탄력을 받은 드라마도 있다. MBC 주말극 ‘욕망의 불꽃’이 대표적이다. 경쟁작(‘시크릿 가든’) 종영 덕을 보기도 했지만 신은경, 조성하, 조민기 등 배우들의 열연에 시청자들은 뒤늦게 애정을 보냈다. 앞서 종영한 SBS ‘자이언트’와 KBS ‘성균관 스캔들’도 비슷한 경우다.


드라마 흥행은 초반에 결정 난다는 ‘2주의 법칙’이 이렇듯 무너지고 있는 데는 매체 다변화와 시청양상의 변화가 한몫했다. 인터넷 TV(IPTV)와 내려받기(다운로드) 등 드라마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늘면서 ‘본방(본방송) 사수’ 시청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 방송 시간보다는 재미와 완성도가 드라마 선택의 가장 큰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 평론가인 정덕현씨는 “수준 높은 미국이나 일본 드라마에 눈높이가 맞춰진 요즘 시청자들은 더 이상 ‘보여지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입소문을 통해 검증을 받은 작품을 ‘찾아서 보는’ 능동적인 드라마 시청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희비 교차 사례가 더욱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동적인 수준에 머물던 대중의 시청 패턴이 능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초반 시선 잡기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재발견’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허술하거나 엉성한 전개를 보이면 가차없이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제작 현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극 초반에 집중했던 ‘힘’을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방송 중간에 작가나 연출진을 교체 혹은 보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싸인’은 연출을 맡았던 장항준 감독이 11회부터 작가로 ‘보직 변경’해 스토리를 떠받치고 있다.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BS 주말 드라마 ‘신기생뎐’은 새 연출자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김영섭 SBS 책임프로듀서(CP)는 “요즘 드라마는 배우의 매력이든 이야기의 재미든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해 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드라마적인 신선함과 탄탄한 내러티브도 충분히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여성 톱스타의 소속사 대표는 “시놉시스가 나와 있는 영화는 완성도를 대충 헤아려 보고 작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드라마는 초반 몇 회의 대본만으로 성패를 예상할 수 없는 데다 워낙 변수도 많아 갈수록 드라마 출연이 조심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자이언트’ 연출을 맡았던 이창민 PD는 “시청자들의 재핑(리모콘 채널 돌리기)이 너무 심해 불만이라는 연기자들도 있지만 초반에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완성도를 높이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끝까지 열심히 하게 된다.”면서 “패자 부활의 기회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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