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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영희 “아줌마 개그할 때 제옷 입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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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 간판 코너 ‘봉숭아학당’에서 요즘 주목받는 캐릭터는 ‘비너스’ 회장 김영희다.


45살의 나이를 4학년 5반이라고 소개하는 김 회장은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로 외로운 중년여성들의 모임 ‘비너스’를 이끈다.

인기 코너인 ‘두분토론’의 여당당 대표도 역시 김영희다. 김 대표는 대놓고 나이를 말하진 않지만 중년의 남하당 대표에 절대 밀리지 않는 기세로 미뤄 산전수전 다겪은 인물임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이 둘을 연기하는 개그우먼 김영희의 나이는 올해 불과 28살이다. 개그의 꿈을 안고 상경한 지 5년밖에 안된 대구 아가씨다.

최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영희는 “한 번도 젊은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아쉬워하기보다는 “이 정도 되면 아줌마 연기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된 것 같다”며 뿌듯해하는 천생 개그우먼이었다.

”아줌마 개그를 할 때가 제 옷을 입은 것 같아요. 원래 아줌마 연기가 제일 자신있어서 아줌마 개그부터 시작했어요. 농담 삼아서 아줌마 캐릭터를 보유한 것만 100개가 넘을 거라고도 얘기해요.”

그는 마치 “자신에게 아줌마가 빙의됐을 정도로 아줌마 연기만큼은 다양하게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영희는 최근 자신의 미니홈피에 안경을 벗고 여성스러운 옷을 입은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사실 그는 집에 바지보다는 치마가 더 많고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20대 여성이다.

그러나 김영희가 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선보이는 개그는 나이를 무색케할 만큼 노련하고 섬세하다. 그의 맛깔진 경상도 사투리는 대사의 맛을 살려주며 캐릭터의 성격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그는 “사람들이 못 알아보다가도 말을 하면 목소리로 알아봐주신다”며 웃었다.

“저도 어떤 때는 제 사투리가 맛있어요.(웃음) 제가 대구 가서도 이방인 취급을 당할 정도로 억양이 센 편이에요.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말할 때도 작게 말하지 못해요. 그렇지만 연기할 때는 사투리가 개그를 더 살려주는 것 같아요.”

김영희는 매번 공감대를 자극하는 개그로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을 선사한다. 여당당 대표가 명절 때 집안일을 안하는 남자들을 비꼬거나 ‘비너스’ 회장이 멋진 사랑을 꿈꾸는 회원들의 사연을 늘어놓을 때 공감하지 않는 여성은 드물 듯하다.

“요즘은 재미를 떠나서 우리 어머니 또래의 아주머니들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원래 어머니 세대를 웃기는 게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어요. 제 어머니가 코미디 프로나 TV광고를 보면 웃긴 부분도 모르고 넘어갈 때가 많은데 ‘비너스’ 회장은 보시면서 웃으세요.”















개그 아이디어는 보고 들은 모든 것에서 얻는다고 했다. 애청 프로였던 ‘부부 클리닉’은 빼놓을 수 없는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정말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봤어요. 남들이 멜로 드라마 보고 눈물 흘릴 때 전 ‘부부 클리닉’ 보면서 울었어요. 거기서는 사실을 다루잖아요. 거기서 본 내용들이 제 안에 쌓여있다가 개그로 나오는 것 같아요. 나이를 몇 학년 몇 반으로 소개하는 것도 또래 어머니들이 다 쓰시던데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썼죠.”

’비너스’란 모임명도 어릴 적 어머니한테서 들었던 말에서 따왔다.

“아줌마 모임이긴 하지만 포장을 좀 예쁘게 하자는 뜻에서 비너스라고 지었어요. 사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저를 보고 비너스 상이 알고보면 날씬한 몸이 아니라며 살이 좀 빠지면 비너스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전 제가 비너스인 줄 알고 살았어요.”

그는 “실존 인물이면 큰일 났을 것”이라며 ‘비너스’ 회장의 실제 모델은 없다면서도 초반에 어머니 지인들의 캐릭터를 참고했다고 귀띔했다.

김영희는 원래 개그맨의 ‘개’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 우연히 고교 후배가 개그 지망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처음에는 쉽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 쉬운 건 아니더라고요. 타 방송사 공채에 합격하긴 했지만 개그 프로가 없어지면서 설 무대가 없었어요. 제자리가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방송사를 그만두고 KBS 공채를 준비했다. 공채 공고가 나오길 기다리던 3개월을 그는 제일 힘들었던 시기로 꼽았다.

“눈을 뜨면 다른 동기들은 출근을 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생각에 힘들었죠. 그렇지만 마음을 비우고 즐기기로 하니까 일이 잘되더라고요. 그때 잘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은 따라 갈 수 없다는 말을 절감했어요.”

사람들이 실제 나이를 많게 보면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그는 “단어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개그를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개그도 연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저는 내공이 부족해 연기가 수박 겉핧기 식이에요. 개그가 재미있느냐 없느냐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다른 분야 욕심은 없지만 연기 욕심만큼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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