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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쩍벌춤’은 되고, ‘벙어리’는 안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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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ㅣ심재걸 기자] 걸그룹의 ‘쩍벌춤’은 되고, 가사에 ‘벙어리’란 표현은 안 되고…. 지상파 방송사들의 음반 심의가 묘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랫말 단어 하나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선정적인 의상이나 퍼포먼스에는 점차 관대해지고 있다.


▲ 라니아의 데뷔 쇼케이스의 한 장면.
최근 가요계는 신인그룹 라니아의 파격적인 무대로 떠들썩하다. 핫팬츠에 브래지어 톱을 입고 성인영화에서나 등장하던 가터벨트로 란제리룩을 완성했다. 춤사위는 더 화끈했다. 무릎을 바닥에 밀착한 채 다리를 벌렸다가 오므리기를 반복했다. 특정 신체 부위를 더듬는 모습도 자주 구사됐다.

케이블 방송이나 연령에 제한을 둔 공연장이 아니라 KBS2 ‘뮤직뱅크’에서 버젓이 전파를 탄 내용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KBS에서는 배꼽을 가린 의상으로 대체됐다. 현재 ‘뮤직뱅크’의 시청 등급은 15세 이상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10대 중심의 시청자가 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선정적인 요소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라니아에도 미성년자 멤버가 둘이나 있었다. 같은 무대에 선 포미닛, 브레이브걸스의 몸짓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방송사들의 음반 심의는 최근 들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해 이같은 관대함은 이례적이다. 1999년 공연법 개정 이후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던 사전 음반 심의제는 사라졌으나 각 방송사는 별도의 심의실을 두고 그 역할을 대신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방송사들은 폭력·선정성 위주로 심의 기능을 최소화했지만 최근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였다.

도로교통법 위반, 품위 저해 등 갖가지 이유로 각 방송사로부터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곡들이 쏟아졌다. 최근엔 비스트 손동운과 다비치 민경의 듀엣곡 ‘우동’이 가락국수가 아니라서 반려됐다. 씨스타의 ‘니까짓게’는 타인을 비하하는 느낌이라며 수정을 요구했다. 엠투엠은 ‘이런 쓰레기 같은’의 노래 제목이 KBS로부터 타인을 비하한다는 느낌이라고 지적 받았다.

지난해엔 도로교통법이 화두였다.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 뮤직비디오는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트럭을 운전했다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비의 ‘널 붙잡을 노래’와 싸이·김장훈의 ‘울려줘 다시 한 번’ 역시 도로 위를 뛰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이 뿐 아니다. 노라조의 ‘변비’는 SBS로부터 ‘방송 품위를 해친다’, KBS에선 ‘가사 내용이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케이윌의 ‘최면’은 가사에 ‘벙어리’란 단어가 삽입돼 금지됐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재벌2세’란 곡을 발표한 아주는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방송 금지 처분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KBS는 이 때 귀족 생활을 그린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방영하고 있었다.

심의는 방송의 공익성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지만 일관적인 기준이 부족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잊을만 하면 회자되는 사례가 하나 있다. 포미닛의 ‘안줄래’는 선정성을 문제로 불가 판정했지만 2000년 발표된 이정현의 ‘줄래’는 정상 활동을 허락한 경우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면서 “주관에 따라 좌지우지 하는 심의는 제작 현장의 사기만 떨어뜨린다”는 업계 종사자들의 신음만 높아지고 있다.

shim@med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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