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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연 붐… 충무로 인해전술 습격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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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주·조연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다. 배우 한두 명의 인지도에 기대는 일명 원·투톱 영화 대신 여러 명의 주·조연급 배우들을 공동으로 내세운 영화가 붐을 이루고 있는 것. 충무로가 이처럼 ‘인해전술’을 펼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계의 공동 주연 바람은 올 초부터 거세게 불었다. 지난 2월 이순재, 송재호, 김수미, 윤소정을 공동 주연으로 내세운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노련한 배우들의 고른 호연에 힙입어 15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로맨틱 헤븐’(3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4월) 등도 최소 6~7명의 배우들이 함께 극을 이끌었다.

공동 주연 붐은 영화 ‘써니’에서 절정을 맞았다. 개봉 1주일 만인 지난 11일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이 영화에는 무려 14명의 여배우가 출연한다.

영화는 내레이터 격인 임나미 역의 유호정의 시선으로 그려지지만, 25년 만에 다시 뭉친 7공주파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10대와 40대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비중에 큰 차이가 없다.

당분간 이 같은 공동 주연 붐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6월에는 김해숙·엄정화·유해진·류현경·전수경이 공동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마마’가 개봉될 예정이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으로 불리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둑들’의 주연은 총 7명으로 김윤석, 김혜수 등 ‘타짜’에서 뭉쳤던 최동훈 사단을 비롯해 이정재와 전지현, 김수현 등 신진 세력까지 가세했다.

한편 ‘미스고 프로젝트’(가제) 역시 ‘도둑들’ 못지않은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범죄 조직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고현정을 비롯해 유해진, 성동일, 고창석, 김태우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주연을 맡았으며, 최민식이 특별 출연할 예정이다.

하반기 성수기도 공동 주연 영화가 점령할 태세다. 올여름 기대작인 해양 블록버스터 ‘7광구’는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를 비롯해 송새벽, 박철민, 이한위 등 주연급 조연들이 대거 포진했다. 오토바이 퀵서비스 맨이 폭발물을 배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 ‘퀵’도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 고창석 등 공동 주연을 내세웠다.

이처럼 공동 주연 영화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 스타의 부재도 한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기파 조연의 층이 두꺼워지는 등 주·조연의 경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단순히 극의 감초 역할이나 주연의 그림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 공동 주연 영화를 다수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대부분의 조연 배우들은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오랜 시간 외로운 자리에서 내공을 쌓아 연기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조연 배우들의 층이 두꺼워지고 그들이 다양한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에 기용되면서 새롭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방자전’ ‘마더’ 등에서 조연으로 주목받은 송새벽은 주연 배우로 거듭났고, ‘의형제’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고창석 역시 올해 영화 ‘혈투’ ‘고지전’ ‘퀵’ 등의 주연을 꿰찼다.

‘도둑들’에 캐스팅된 오달수와 ‘적과의 동침’ ‘마마’ 등의 유해진은 이미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 흥행의 키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원톱 주연보다 출연료와 흥행 면에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공동 주연의 장점으로 꼽힌다. 보통 톱스타들의 출연료가 수억원에 달해 제작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조연급 배우들을 다수 기용할 경우 출연료 부담은 덜면서 다양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관객층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다.

‘써니’의 강형철 감독은 “여러 명의 주연을 쓰는 것은 그만큼 영화를 통해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의 홍보를 맡고 있는 CJ E&M 영화부문의 양성민 대리는 “공동 주연 영화는 특정 연령층에 한정되지 않고 친구, 연인, 가족 등 다양한 관객을 공략할 수 있으며, 출연료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흥행 수익 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공동 주연의 경우 캐스팅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흥행 성적에 부담을 느끼거나 연기에 다소 자신이 없는 배우들은 공동 주연 영화를 선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공동 주연의 경우 잘되면 흥행에 일익을 담당하고, 실패하더라도 위험 분산이 된다는 점 때문에 선호하는 배우들도 있다.”면서 “비중은 작아도 함께 주인공으로 연기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엔 톱스타들도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을 면밀히 따져본 뒤 공동 주연 제의에 응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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