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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마’ 주연 류현경 “스타 꿈꾸지 않아요… 쓰임받는 배우, 그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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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현경(29). 그녀의 이름은 선뜻 떠오르지 않아도 얼굴은 마치 오랜 친구를 보는 것처럼 친숙하다.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등 히트작에는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 그녀는 2일 개봉한 영화 ‘마마’에서 김해숙, 유해진 등 대선배들과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충무로의 ‘명품 조연’ 류현경을 지난달 3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 어린 시절 내내 짧은 커트머리에 사내아이처럼 행동하고 다녔다.”는 류현경. 그런 트라우마조차 지금은 연기에 도움이 된다며 밝게 웃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경력 15년 아역배우 출신… 히트작마다 출연

→출연작마다 성공했는데, 작품을 보는 눈이 있나 보다.

-영화가 꼭 저 때문에 잘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되는 작품은 현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현장에서 무조건 모든 스태프, 배우, 감독이 가족처럼 지내야 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처음엔 나를 새침하게 보지만, 남자처럼 술도 잘 마시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 어느새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가 돼 있는 경우가 많다.

→‘명품 조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연기 경력 15년차의 내공 덕인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별 생각 없이 연기하다가 ‘신기전’(2008) 이후에 비로소 평생 연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연기자가 된 이유도 좀 엉뚱하다. 어릴 적에 가수 서태지의 팬이었는데, 그의 뮤직 비디오에서 이재은씨가 그와 대사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서태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연기자가 됐다. 그런데, 데뷔하니 서태지가 은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수가 더 빠른 길이었는데, 연기자가 된 것을 보니 운명이긴 한가 보다.

→아역배우 출신이다. 유난히 여자 톱스타들의 아역을 많이 했는데 성인 배우로 정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영화 ‘깊은 슬픔’의 강수연, 드라마 ‘곰탕’의 김혜수, 영화 ‘마요네즈’의 고(故) 최진실 선배의 아역으로 출연했다. 다들 지금의 나를 보면 ‘얼굴이 예전과 똑같다. 아직까지 연기할 줄 몰랐다.’며 놀란다. 아역 이후로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아서 슬럼프도 없었던 것 같다. 영화의 일부로 쓰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가족 등 주변 사람들도 꼭 스타가 돼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지 않았다.

→‘마마’는 본인이 출연을 고집했다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잘난 연예인 엄마(전수경)에게 콤플렉스를 지닌 딸 은성 역을 맡았는데, 은성이 트라우마(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지 않은가. 나 역시 아버지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는 늘 내게 무뚝뚝했다.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려고 어린 시절엔 짧은 커트 머리에 축구, 발야구 등 남자처럼 하고 다녔다.

●평생 연기하는 데 전념… 주·조연 안 가려


▲ 류현경
→영화 속 은성은 엄마에 대한 반발심으로 가수의 꿈을 버린 전업주부이지만, 실은 엄마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자신이 가진 꿈과 열망을 숨기고 살아가는 착한 딸이다. 실제로는 집에서 어떤 딸인가.

-정반대다(웃음). 집에서 나는 ‘나쁜 남자’ 캐릭터이지만, 엄마는 희생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극 중 엄마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익숙한 유명 소프라노다. 연예인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스타의식이 없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선뜻 아는 척하는 사람도 없다. 화려하거나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고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도 없는 편이다. 그것이 더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배우라면 주연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는 없을 텐데.

-난 모든 가치를 평생 연기를 하는 데 두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모든 영화에 쓰일 수 있는 배우가 되자고 마음먹었다.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 ‘물 좀 주소’ 등에서 주연을 맡은 적이 있는데, 주연으로서의 압박감과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알았다. 내 자신의 부족한 점도 알게 됐다. 차근차근 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배역 아닌 큰 배역 욕심 내봤자 무의미

→대학(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해서 그런지 작품을 크게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큰 배역에 욕심을 내고 뺏어 봤자 자기 역이 아니면 무의미하다. 예를 들어 ‘방자전’에서 내가 맡은 향단이는 춘향보다 더 예뻐 보일 필요가 없다. 영화에서 춘향이가 빛이 나면 자연스럽게 향단이도 빛이 난다. 튀어 보이려다 영화의 균형을 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배우는 너무 드러내거나 감춰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생활도 마찬가지다.

→4차원이라는 별명이 있던데, ‘절친’인 최강희(배우)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평소 성격이 상당히 감성적인 편이고, 뭐든지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편이다. (최)강희 언니를 4차원이라며 특이한 사람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분이 나쁘다.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뚜렷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한해서 그렇지, 평범한 면도 많다. 남에 대한 배려심도 많고, 생각도 어른스러워 나는 ‘두번째 엄마’라고 부른다. 2004년 드라마 ‘단팥빵’에 출연하면서 언니를 처음 만났는데, 낯을 엄청 가려 3년 동안 말을 놓지 못하다가 좋아하는 책 얘기를 하다가 친해졌다.

류현경은 ‘마마’와 같은 날 개봉한 독립 영화 ‘굿바이 보이’에도 출연했다. 그녀는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의 경계를 굳이 두지 않고 현장에서 사랑받고, 언제나 그 역할에 딱 들어맞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서른을 앞두고 그 나이대에만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류현경. 장인처럼 한 단계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그녀의 내공으로 펼쳐질 앞으로의 연기 세계가 기대를 모은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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