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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황정민 “끝을 본다는 심정으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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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옷 입은듯 완벽한 기자변신

순박한 시골 노총각(‘너는 내 운명’)에서 비열한 경찰(‘부당거래’)까지 출연 영화마다 색다른 변신을 선보여 온 ‘천의 얼굴’ 황정민(41)이 이번엔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베테랑 기자가 되어 돌아왔다. 영화 ‘모비딕’(9일 개봉)을 통해서다. 1994년 서울 근교에서 발생한 의문의 폭발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좇는 내용의 이 작품은 국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음모론을 소재로 한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황정민을 만났다.


▲ 황정민
●“신문사 체험 통해 캐릭터 사실적으로 표현했죠”

→기자가 등장하는 기존 작품에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은 상당히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기자들이 구차하게 보여지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난 그게 싫었다. 기자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적인 느낌도 있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중반의 사회부 기자를 표현하기 위해 신문사에서 체험을 하는 등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다.

→실제로 기자 체험을 해보니 어땠나.

-경찰청 기자실에서 ‘캡’(경찰기자팀장)도 만나고 취재 현장에도 동행했다. 주로 국장급 기자들과 만나 폭탄주를 마시며 1990년대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감 시간 임박해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편집국 풍경이나 ‘님’자 같은 존칭을 생략하고 기자 개인을 존중하는 분위기 등은 취재를 통해 얻은 것이다. 기자는 사회적 사명과 인간적인 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독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즐겨 쓰는 음모론 영화인데.

-평소 댄 브라운(미국 추리소설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는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 들고는 신나게 읽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톱니바퀴처럼 구성이 잘 짜여 있었다. 대본만큼만 찍자고 생각했다. 심각하고 어려운 영화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가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 만큼 ‘팝콘 영화’처럼 가볍게 즐겼으면 좋겠다. 음모란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 아닌가.


●“로맨틱 코미디 촬영 중… 밝은 영화 좋아해”

→살면서 음모에 휘말렸다고 느낀 적이 있나.

-전혀 없다. 집사람이 똑같은 국을 일주일 내내 줄 때 무슨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 적은 있다. 하하.

→‘모비딕’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본인이 맡은 이방우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모비딕’은 에이해브 선장이 거대한 고래와 맞서 싸우는 내용의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과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영화에서 이방우가 맞서 싸우는 거대한 실체는 인간이 넘을 수 없는 벽 또는 한계를 뜻한다. 그렇다고 이방우가 꼭 정의로운 인물인 것은 아니다. 야심 있고 현실적이면서도 융통성 있는 성격의 소유자로 그리고 싶었다.

→‘그림자 살인’(2009), ‘부당거래’(2010) 등 무겁고 어두운 영화에 계속 출연하고 있는데.

-의도했던 바가 전혀 아니다. 개인적으로 밝은 영화를 상당히 좋아한다. 영화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밝은 작품이나 멜로 영화를 좀 달라고 했지만, 한동안 충무로에서 (스릴러 열풍으로) 그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 오랜만에 엄정화씨와 함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댄싱퀸’ 촬영에 들어갔다. 엄정화씨가 출연한 ‘마마’도 지난 2일 개봉했는데 요즘 외국 영화가 워낙 강세라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서로 밥그릇 얘기는 하지 말자고 했다(웃음).

●“관객과 동시대 호흡한 연기자로 남고파 多作”

→해마다 한두 편씩 꾸준히 영화를 찍는 것 같다. 이미지 소진을 우려한 적은 없나.

-배우로서 연기할 때 가장 존재감이 생기고 행복감을 느낀다. 예술가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언젠가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도 못 보여주는 시기가 온다. 관객들에게 동시대를 함께 호흡한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맞춤옷을 입은 듯 언제나 그 인물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비결이 뭔가.

-작품을 할 때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색다른 인물을 만나는 것이 늘 새롭고 신기하다. 한 인물을 창조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히 조사를 한다. 같은 영화를 또 찍을 수는 없기 때문에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배우가 작품을 만나는 것은 큰 인연이고 운명이기 때문에 작품마다 허투루 할 수 없다는 황정민. 그의 명품 연기 뒤에는 “(끝을 본다는 심정으로) 이것 아니면 안 된다.”라는 절박함이 있다. 아직도 연기에 배가 고프다는 그이기에 매번 그의 작품에는 기대가 쏠린다.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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