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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콘서트도 ‘나가수’ 무대 같다”···1만 관객 기립해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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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두렵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견뎌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래는 나의 운명이고 이 무대는 내 존재를 증명하는 최후의 공간입니다.여기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MBC TV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조명된 가수 임재범이 25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다시 태어난 거인‘에서 이같이 고백했다.

▲ ‘나가수’에서 열창하고 있는 임재범.


 1만 관객이 3층 객석 끝자리까지 가득 메운 공연에서 그는 절망의 벼랑 끝에서 야인처럼 산 상처투성이 인생을 고백했고,’나는 가수다‘ 이후 달라진 삶의 부담을 털어놓으며 그간의 한과 응어리를 노래로 토해냈다.

 호랑이가 그려진 재킷을 입고 등장한 그는 포효하는 ’야생 호랑이‘처럼,대관식을 갖지 못한 ’록의 제왕‘처럼,신도를 사로잡은 ’교주‘처럼,칼을 뽑아든 ’검투사‘처럼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무대를 휘저었다.

 첫 무대는 ’나는 가수다‘의 에필로그처럼 시작됐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부른 남진의 ’빈잔‘을 북소리가 둥둥 울리는 가운데 뮤지컬 배우 출신 가수 차지연과 함께 웅장한 하모니로 선사했다.

 “졸지에 ’나는 가수다‘에 나가게 돼 저를 모르던 분들까지 절 알게 됐고 그 힘을 느꼈어요.사고뭉치,방송 펑크,사람 두들겨 패는 사람으로 소문났죠.물론 패긴 팼어요.다른 사람이 아니라 절 팼죠.그래서 (손)뼈도 부러졌고 스트레스 조절을 못해 맹장이 터져 수술을 받으며 넉달간 소리내지 말란 진단을 받았죠.큰 영광을 받는 게 적응이 안됐어요.지수(딸)를 데리고 서울대공원에 다니는 시절이 그립게 됐습니다.”과거 솔로 1집을 내고 세간의 관심을 피해 오대산에 칩거했던 ’이력‘답게 그는 ’나는 가수다‘로 인해 쏟아진 시선에 부담을 느꼈던 듯했다.이날 한 관객이 ’지수 애(愛)비,입산금지‘란 플래카드를 열렬하게 흔든 것도 그때문이다.

 이어 임재범은 “이 무대도 ’나는 가수다‘ 같고 지금도 청중평가단 앞에서 노래하는 기분”이라며 “하지만 내 나이가 이제 쉰이고 여기서도 난 지수 아빠다.여러분과 내가 다를 게 뭐가 있나.지금 무대가 객석보다 높지만 오히려 여러분은 나보다 더 위에 있다”고 그만의 화법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투박한 멘트 끝에 기타 한대로 부른 ’사랑‘과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은 음이 나가도,목소리가 갈라지는 탁성이어도 깊은 울림이 있었다.

 특히 이글스의 ’데스페라도(Desperado)‘와 에릭 카멘의 ’올 바이 마이셀프(All by Myself)‘를 부를 땐 소리꾼의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올 바이 마이셀프‘를 부르기 전 “이 노래를 부르며 많이 울었다”며 “힘든 가정 환경,무심한 부모 때문에 상처받으며 혼자한 지난 세월이 야속한 때가 많았다.하지만 신께서 고통을 줄 때는 기회를 준거란 걸 알았다.여러분도 힘들고 어렵겠지만 오늘이 현실의 고통이 없어지는 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에서 출발해 과거를 회개하는 듯한 시간으로 무대를 꾸민 임재범은 2부에서는 자신의 뿌리인 록 무대로 흥겨움을 선사했다.

 1986년 시나위 보컬로 데뷔해 외인부대,아시아나 등의 록그룹을 거친 그는 징이 박힌 재킷을 입고 나와 후배 밴드 디아블로와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등을 격렬하게 노래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로큰롤 대디‘로 불린 그가 강렬한 눈빛과 아랫배에서 끌어낸 목소리로 절규하자 객석 전원이 기립해 두 손을 올리고 뛰기 시작했다.그는 흥에 겨워 머리에 물을 붓고 상의를 벗어 문신이 그려진 탄탄한 몸을 보여주기도 했다.’임재범을 알아야 록을 안다‘는 플래카드가 세게 펄럭였다.

 힘을 바짝 준 레퍼토리가 이어졌으나 간간히 터져나온 그의 유쾌한 입담이 공연의 강약을 조절했다.

 그는 이덕화,이대근,고(故) 이주일,로버트 드니로 등의 성대모사를 했고,“난 도시락 특공대인 방위 출신이다” “지수야,사랑한다.아빠가 여러분 사이에서 노래하는 거 잘 보고 있어”란 말로 큰 웃음을 줬다.

 또 “축가를 한번도 불러본 적이 없다”며 결혼을 앞둔 관객을 세워 축가를 불러주는 친근함도 보였다.

 공연 후반으로 치닫자 그는 십자가 목걸이에 치렁한 망토를 입고 나와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성가대로 분한 합창단과 함께 ’고해‘를 부르며 무릎을 꿇었고,윤복희의 ’여러분‘을 부르며 울컥한 감정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관객과 합창한 마지막 곡 ’너를 위해‘는 마치 음악 안에 살겠다는 서약 같았다.


 “세상에 던져진 순간부터 나는 악마였고 천사였다.나는 나를 파괴했으며 타락했으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다.그러나 나는 가수였다.절망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만은 놓지 않았다.나는 노래 속에서 그토록 무서워했던 다른 사람의 눈물을 보았다.난 이 지구상에 외로운 오직 가수일뿐.”(공연 중 자막)임재범은 26일 한차례 더 공연을 펼친 후 7월 광주,청주,대구,수원,8월 부산,인천,9월 대전으로 전국투어를 이어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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