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호탕한 웃음소리만 듣고도 그인줄 알았다. 개그우먼 안영미(28)에게서 할리 데이비슨을 모는 폭주족 불량언니 김꽃두레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지난달 종영한 케이블 tvN‘코미디빅리그’(이하 코빅) 첫 시즌을 통해 그가 남긴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다. “간디 작살”. “마 돈나 좋아”. “할리라예~” 등의 해석불가 유행어로 배꼽을 빼놓더니. 받침을 무너뜨리는 특이한 말투와 초점없는 불안한 눈빛으로 코미디 연기의 급을 바꿔놓았다. 쓰나미급 개그태풍을 몰고온 안영미를 만났다.
◇아메리카노. 늬들이 개그우먼을 알아?
아메리카노의 성공은 그들의 숱한 불면과 땀의 시간이 있어서 가능했다. “개그우먼으로 산다는 거 힘들어요. 웃기려고 망가지는 건데 우리를 무시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회의가 들때도 있어요. 그럴때면 웃음을 줬으니까 된 거야 이렇게 생각해요. 정말 웃음을 줬으면 된 거 아닐까요?”
◇황당발칙 캐릭터 김꽃두레의 탄생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코에 피어싱을 한 폭주족 김꽃두레 캐릭터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아무 생각없는 사람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시사매거진 2580’에 나온 폭주족 10대들 보면 말투가 아주 특이하더라구요. 그걸 따라해보면 어떨까 했죠.” 그래서 나온게 김꽃두레였다. 꽃두레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간디. 싫어하는 스타일은 산타다. 이유도 간단하다. 말라서. 또 뚱뚱해서다. “간디요. 아. 완전 말랐어요. 완전 스키니. 간디 작살. 제가 한 열흘 굶어봤거든요. 토해보기도 했는데 그 몸매 안나와요. 슬림해서 팬티 한장만 입어도 간디 작살”. “산타할아버지 완전 싫어요. 전세계를 다니는데 살이 안 빠져.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러나. 우는 아이에게는 또 선물을 안준대. 애랑 딜을 하자는 거지. 이런 실버벨을 봤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꽃두레 괘변에 객석은 자지러졌고. 그야말로 빵 터졌다. “미려 언니. 주리 끝나고 나갈 준비하는데. 부릉부릉 하고 오토바이 시동소리가 나면 벌써 객석에서 “와아~”하는 소리가 들려요. 그러면 마약한 것처럼 전신이 짜릿해지죠. 개그맨에게 환호만큼 중독되는 약은 없어요. 하하.”
◇여고생 안영미 “껌 씹는 애들 꼬붕이었죠.”
실감나는 연기덕분인지 학창시절 ‘껌 좀 씹고 침 좀 뱉지 않았냐’는 오해도 받는다. 고교(의정부공고)시절엔 노는 친구들 ‘꼬붕’이었다고 했다. “놀진 않았고 노는 친구들 꼬붕이었어요. 친구들 담배피우면 망봐주고. 비위맞춰주고. 그때 친구들이 지금 만나면 너무 신기해해요. 오히려 그때 놀던 친구들은 얌전하게 시집갔는데. 하하.”
고교 내내 연극반 생활을 하면서 막연히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 시절의 안영미는 TV드라마를 보며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하는게 취미였다. 개그우먼의 재능을 가장 많이 물려준 사람은 아버지. “아빠랑 외모도 성격도 비슷해요. 목소리도 크고 잘 웃던 분이셨죠. 우리가 딸랑 세 식군데. 아빠 목소리가 워낙 커서 옆집에서 ‘손님 오셨냐?’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친구처럼 그를 대해주던 아버지는 고교시절 추락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딸 하나 바라보며 외롭게 살아온 어머니는 요즘 딸의 장래가 최고 관심사다. 든든한 남편감을 데려올 날은 언제쯤일까. “엄마는 서른되면 만나 1~2년 연애하다가 결혼하라고 하세요. 근데 제가 워낙 철이 없어서.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은 없어요. 아마 때가 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죠.”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