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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新복고 열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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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중문화계, 1990년대에 빠진 까닭은

요즘 대중문화계는 1990년대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세시봉’ 열풍에서 비롯된 7080 문화가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1990년대의 문화를 추억하는 ‘신복고’ 열풍이 한창인 것. 대중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왜 1990년대에 주목하게 된 것일까.




 신복고 열풍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영화 ‘건축학개론’(①)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는 250만 관객을 넘어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이 영화는 1990년대 대중문화 정서를 관통하고 있다. MP3 대신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휴대 전화 대신 무선 호출기(삐삐)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대적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 삽입된 가요들은 당시의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한국형 발라드의 중흥기를 대표하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X세대의 통통 튀는 가사로 인기를 끌었던 015B의 ‘신인류의 사랑’ 등은 단순한 OST를 뛰어넘어 당시의 시대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하나의 영화적 장치다.

 영화 ‘댄싱퀸’(②)의 엄정화도 극 중에서 ‘신촌 마돈나’로 이름을 떨쳤던 91학번으로 등장하고,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노태우 정권 때 범죄와의 전쟁을 펼쳤던 1990년대 사회상이 영화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계에서 ‘가까운 과거’인 1990년대의 문화를 영화적 소재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한국 대중음악은 황금기였던 1990년대 가요에 대한 향수도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③)은 1990년대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한 특집 ‘청춘 나이트’를 방송해 큰 호응을 얻었다. 출연진은 김건모, 현진영, 박미경, 구준엽, 김조한, 윤종신 등 발라드와 댄스 음악으로 가요계를 풍미했던 가수들이었다. 당시 히트곡이 이어지자 현장의 방청객은 열광적으로 환호했을 뿐만 아니라, 3040 시청자들이 “모처럼 신나는 무대였다.”는 평을 인터넷에 줄줄이 달았다.

 1998년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 그룹 신화의 컴백도 복고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24~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신화 14주년 기념 콘서트 ‘더 리턴’(④)에는 20~30대 여성 팬들이 대거 몰렸다. 신화와 학창시절을 보내다 지금은 직장인이 된 팬들은 ‘으쌰으쌰’, ‘퍼펙트 맨’ 등 신화의 히트곡을 따라부르며 추억을 곱씹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1990년대 LP음악 틀어주는 주점 ‘밤과 음악사이’에도 당시 향수를 느끼려는 3040들이 몰려들고 있다.

 1990년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때가 대학가에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로서 두 문화가 공존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1990년대는 386의 집단주의 대신 개인주의 문화가 들어오고, 대중문화가 캠퍼스로 본격적으로 유입된 시기”라면서 “15~20년 전 비교적 가까운 시대인 ‘신복고’는 아련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아날로그 정서가 남아있기 때문에 3040은 물론 그 윗세대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왕자웨이의 영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유행하던 ‘90년대 학번’들은 문화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 첫 세대였다. 쿨하고 세련된 도시 감성과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공존하던 1990년대는 현재의 감수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평론가는 “90년대, 2000년대 영화계가 20년 전인 70, 80년대 복고가 유행했는데, 올해 유행하는 90년대 신복고도 이런 ‘빼기 20년 법칙’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의 중흥기였던 90년대 학번들이 이제는 문화 콘텐츠의 중추적인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로 등장했다는 점도 ‘신복고’ 열풍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을 비롯한 90년대 학번 감독들이 영화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과 1994년에 데뷔해 전성기를 맞았던 박진영은 YG와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 가요계를 이끌고 있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정된 3040들도 대중문화를 소비하는데 적극성을 띠는 것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성시권씨는 “7080세대의 세시봉 열풍과 10대 아이돌 음악 사이에서 즐길 문화가 부재했던 세대들에게 90년대 문화의 부활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면서 “마케팅에서 경제력을 갖춘 3040을 안정적으로 공략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94학번 홍민수(36)씨는 “90년대가 바로 전인 것 같았는데, 벌써 추억으로 소비되니까 좀 씁쓸하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하다.”면서 “IMF 전 90년대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풍족했고, 가요계에는 김건모, 신승훈, 듀스, 015B 등 좋은 음악, 가수들이 많아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김동률, 이적의 소속사인 뮤직팜의 강태규 이사는 “음반으로 음악을 소비하던 1990년대는 생산자와 수용자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대중음악의 호황기였다.”면서 “당시 수혜세대인 90년대 학번들은 능동적으로 문화를 소비하고 참여하는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당분간 신복고 열풍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김정은 기자 erin@seoul.co.kr

20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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