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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리뷰] ‘백설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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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억원짜리 판타지 대작… ‘슈렉’을 닮은 듯

평화로운 왕국에 새 왕비가 들어온다. 얼마 뒤 왕은 실종되고 왕비가 집권한다. 왕비의 사치 탓에 왕국은 파산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왕비에겐 재정건전성보다 더 큰 골칫덩어리가 있었으니, 왕의 외동딸 백설공주다. 왕비는 10년이 넘도록 공주를 가둬 놓는다. 어느 날 화적질을 하는 일곱 난쟁이에게 털린 발렌시아 왕국 앤드루 왕자가 왕비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왕비는 훈훈한 외모에 경제력까지 갖춘 왕자를 낚아 인생역전을 노린다. 문제는 왕자가 백설공주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사실.


올해는 야콥과 빌헤름 그림 형제가 독일의 설화들을 편집한 ‘그림동화’가 출판된 지 꼭 200년이 되는 해다.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모자’도 유명하지만, 그림 형제의 최대 히트작은 뭐니뭐니 해도 ‘백설공주’다. 5월에만 두 편의 백설공주 영화-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3일 개봉)와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스노우화이트 앤 헌츠맨’(31일 개봉)이 잇따라 개봉된다.

타셈 싱 감독의 버전은 애니메이션 ‘슈렉’의 세계관으로 재해석한 백설공주쯤으로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팝스타 필 콜린스의 딸 릴리 콜린스가 연기한 백설공주는 더는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빼앗긴 왕국을 되찾으려고 어리바리한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칼을 빼들고 적과 맞선다. 300대1의 경쟁을 뚫고 8500만 달러(약 965억원)짜리 판타지 대작의 주연을 꿰찬 콜린스는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과 단호한 여장부의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면서 할리우드의 블루칩임을 입증했다.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줄리아 로버츠가 늘어 가는 주름과 뱃살 걱정이 많은 여왕으로 등장한 것도 흥미롭다. 그녀 최초의 악역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사악하고 어두운 동화 속 왕비라기보다는 푼수끼 넘치는 귀여운 악당에 가깝다.

뮤직비디오와 광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싱 감독은 이번에도 화려한 색채와 조명, 의상으로 동화의 세계를 실사로 구현했다. 물론 ‘더 셀’(2000),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 ‘신들의 전쟁’(2010)에서 호흡을 맞춘 의상 디자이너 에이코 이시오카(1938~2012)의 공이 크다. 1992년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으면서 이름을 알린 이시오카는 세계 최고의 비주얼 아티스트로 명성을 날렸지만, 지난 1월 타계했다.

훗날 이 영화는 ‘발리우드의 할리우드 공습’(봄베이+할리우드의 조어로 인도 영화산업을 의미)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 콜린스가 인도풍 노래를 부르면서 동료 배우들과 인도 영화 특유의 떼춤을 춘다. 대니 보일의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에도 군무가 나오지만, 인도 뭄바이(봄베이의 새 이름)가 배경인 데다 인도 배우들이 무더기 출연했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 북미 등에서는 지난 3월 30일 먼저 개봉했다. 30일 현재 흥행수익은 1억 3537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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