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 백설공주’ 누른 왕비의 존재감
동화를 소재로 한 만큼 판타지 블록버스터로서의 장점은 잘 살아난 편이다. 영국 런던에 직접 거대한 세트장을 지어 촬영한 왕비 이블퀸의 성이나 마법의 숲 등은 상당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 안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탄생한 마법과 상상 속의 생물들이 채웠다. 특히 거울이 녹아 내려 사람 형상으로 변하는 독특한 형태의 ‘미러 맨’은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영화는 절대악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어둠의 왕비 이블퀸(샬리즈 시어런)과 이블퀸에게 죽음의 위협을 당하지만 세계를 구할 운명을 깨닫고 여전사로 새롭게 태어난 스노우 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와의 대결 구도가 주요 뼈대다. 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총 3부작으로 구상된 만큼 영화는 서막의 성격이 짙다. 도입부가 빠른 전개를 보였던 것과 달리 스노우 화이트가 성에서 탈출해 자신을 돕는 드워프족과 헌츠맨(크리스 햄스워스)을 만나는 중반부터 극의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 스노우 화이트가 이블퀸의 성을 향해 진격하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도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등장하고 분량도 그다지 많지 않다.
친숙한 스토리를 엮어내는 능력과 여전사를 내세운 판타지 블록버스터로서의 차별성은 있지만, 영화적 평가는 속편에서 다시 한번 내려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여배우의 연기 대결은 볼 만하다. 샬리즈 시어런은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왕비 역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연기 내공을 선보이고, 할리우드의 청춘 스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후반부에 여전사로 변신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