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은 볼만한데 왠지 ‘재탕’ 느낌이…
‘링컨:뱀파이어 헌터’가 제작단계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은 지점은 두 가지다. 기괴한 상상력의 소유자인 팀 버턴 감독이 공동제작자로 나섰다는 점과 액션영화의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낸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의 최대 치적인 노예제도 폐지와 남북전쟁의 이면에 뱀파이어 종족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소설도 흥미를 끈다.
베크맘베토브는 이 영화에서 장기를 제법 잘 살렸다. 수백 마리의 말떼가 질주하는 틈바구니에서 링컨과 뱀파이어가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불타는 목조 다리 위를 지나는 기차에서 링컨과 동료가 뱀파이어 군단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도 나쁘지 않다. 두 장면에서는 3차원(3D) 영상이 효과적으로 쓰였다. 지금껏 뱀파이어 영화에서 총과 칼, 활을 쓰는 영화는 차고도 넘쳤기 때문에 도끼를 쓰는 뱀파이어 킬러란 설정도 흥미롭다. 링컨 대통령이 빈농의 아들인 데다 그의 명언과 일화 중에는 장작에 관련된 것이 많은 점에서 착안한 모양이다.
하지만 악당의 전투력이 부실한 데다 이야기 짜임새마저 헐거운 탓에 중반 이후 극적 긴장감이 떨어진다. 수많은 뱀파이어 영화에서 불멸의 삶을 사는 뱀파이어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전투력을 발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감독의 출세작 ‘원티드’와 겹쳐지는 장면도 많다. 평범한 직장인(빈농의 아들)이 비밀 암살조직(뱀파이어 킬러)에 의해 초단기 특훈으로 세계 최고의 킬러가 된다든지, 아찔한 산악지형을 통과하는 기차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 등에 ‘원티드’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문제는 비슷한데 옛 작품인 ‘원티드’보다 개연성은 떨어지고, 스타일도 옛날 느낌이란 데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