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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 케이블 드라마, 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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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전략 유효… 킬러 콘텐츠 탄생 과제

화제의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송됐다면 어땠을까.

드라마 팬이라면 한 번쯤 가져본 궁금증일 것이다.

일부는 지금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에 가장 근접한 답은 편성조차 받지 못하고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예능 출신 제작진의 드라마 데뷔작에 스타급 배우 하나 없는 작품이 지상파 방송에 자리잡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이런 이유로 ‘응답하라 1997’의 탄생은 케이블 채널이기에 가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 ‘응답하라 1997’
그러나 이 드라마의 인기와 파급력은 케이블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응답하라 1997’뿐만이 아니다.

’노란복수초’와 ‘인현왕후의 남자’ ‘로맨스가 필요해’ 등과 같은 드라마들은 여느 지상파 드라마 못지않은 체감 인기를 자랑했다.

더 이상 과거의 케이블 드라마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케이블 드라마, 지상파 부럽지 않다 = 26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1일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 평균 3%, 최고 3.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만 넘어도 히트작으로 쳐주는 케이블 방송계에서 이 같은 시청률은 대박에 해당한다.

작년 말 종영한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역시 평균 시청률 3%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 막을 내린 OCN ‘신의 퀴즈 3’도 평균 시청률이 2%대에 육박했다.

tvN 일일드라마 ‘노란복수초’의 시청률은 더욱 놀랍다.

지난 22일 방송된 103회는 평균 4.58%, 최고 5.5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3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시청률 5.4%와 비슷한 수준이다.

체감 인기를 반영하는 인터넷 반응은 더욱 뜨겁다.

’응답하라 1997’은 방송 3주 만에 웹하드 업체 50곳의 다운로드 횟수가 첫주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8월 4주차 전체 주간 종합 검색어 순위에서 ‘강남스타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노란복수초’도 일일극으로는 이례적으로 인터넷 TV 사이트 티빙에서 주간 인기 VOD(주문형 비디오) 순위 4위를 기록 중이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나 ‘로맨스가 필요해’와 같은 종영 드라마도 웹하드 업체에서 높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높은 체감 인기는 수익으로 연결된다. 국내에서 이슈가 되면 해외 판매에 도움이 되는 데다 광고에도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인현왕후의 남자’는 케이블 드라마로는 최고 수준인 편당 8천만 원이 넘는 고가에 일본에 판매됐다.

제작비가 지상파 드라마의 절반 수준인 ‘응답하라 1997’은 유료 다운로드 호조와 광고 프리미엄에 힘입어 이미 손익분기점을 가뿐히 넘겼다.

◇선택과 집중 효과 ‘톡톡’ = 케이블 드라마들의 성장에는 틈새 전략이 유효했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지상파가 시도하지 않는 장르물을 선보이며 타깃 시청층 공략에 집중했다.

2007년 10월 첫선을 보인 MBC드라마넷의 수사물 ‘별순검’은 케이블 장르물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조선시대 과학수사대라는 소재를 앞세운 이 드라마는 시즌 3까지 방송되며 평균 1%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해 4월 등장한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다큐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소개하며 최장수 케이블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2010년 10월 첫 방송된 ‘신의 퀴즈’ 역시 국내 최초의 메디컬 범죄 수사극으로 지상파 드라마와 차별화했다.

차별화된 장르물의 탄생은 방송사의 위험을 감수한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tvN 이덕재 방송기획국장은 “수십년된 역사를 가진 지상파 채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우리만의 시청영역을 만들어 마니아층 중심의 장르물에서 시작해 대중적인 장르로 나아가는 게 유효하다고 생각했다”며 “로맨틱 코미디만 하더라도 기존 작품보다 로맨스를 더욱 깊이 있게 보여주거나 영상에서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제작 여건의 향상도 대박 드라마의 탄생에 한몫했다.

tvN과 OCN 등을 운영하는 CJ E&M은 지난해 28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14편의 드라마를 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제작비 규모를 870억 원으로 3배가량 늘렸다. 제작 편수는 작년보다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자연히 드라마 한 편에 투입하는 평균 제작비도 50% 이상 늘어났다.

CJ E&M은 지상파 출신 PD와 작가들을 대거 영입해 인적 인프라도 확충했다. ‘응답하라 1997’은 KBS ‘해피선데이’ 출신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이고, KBS ‘성균관 스캔들’의 김원석 PD도 연말 신작을 선보일 계획이다.

제작비 투자와 인적 인프라의 확충은 드라마 질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응답하라 1997’과 ‘뱀파이어 검사’ ‘텐’ ‘인현왕후의 남자’ ‘신의 퀴즈’와 같은 드라마들은 탄탄한 대본과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한다.

◇”킬러 콘텐츠 탄생해야” = 그러나 케이블 드라마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최우선 과제는 ‘슈퍼스타K’에 버금가는 킬러 콘텐츠의 탄생이다. 킬러 콘텐츠는 채널 영향력 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덕재 국장은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콘텐츠 파워 측면에서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연속으로 히트작을 만들어 ‘tvN 드라마는 봐야겠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시청 확대는 케이블 채널의 한계를 극복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시청자들이 매체를 가리지 않고 콘텐츠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킬러 콘텐츠가 탄생한다면 충분히 지상파와 경쟁할 만하다는 게 이 국장의 설명이다.

스타급 배우들의 영입은 또 다른 과제다.

케이블 드라마에서는 아직까지 톱스타급 배우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응답하라 1997’의 신원호 PD는 “처음에는 톱배우를 쓰고 싶었지만 잘 안 돼 점점 지명도가 떨어지는 배우로 눈을 낮출 것이냐 아니면 아예 등급조차 매겨지지 않은 사람을 써볼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며 캐스팅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로맨스가 필요해 2’의 배우 정유미 역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케이블 드라마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파급력과 출연료 수준이 지상파 드라마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배우 입장에서는 꺼려지기 마련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그러나 점차 배우들의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다음달 5일 첫선을 보이는 tvN 의학드라마 ‘제3병원’에는 배우 김승우, 오지호, 박근형, 김민정 등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종합편성채널은 개국 초기 톱스타급 배우들을 적극 영입했다.

JTBC ‘빠담빠담’의 정우성·한지민, ‘아내의 자격’의 김희애, ‘인수대비’의 채시라, TV조선 ‘한반도’의 황정민·김정은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주춤하긴 하지만 톱스타급 배우들의 종편 진출은 이들의 활동 영역을 지상파 밖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방송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 역시 생각해 볼 문제다.

대기업인 CJ E&M 계열 이외의 군소 방송사들에게 비용이 많이 드는 드라마 제작은 언감생심이다.

티캐스트와 MBC미디어플러스 등 규모 있는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들조차 드라마 제작에 소극적이다.

한 케이블 채널 관계자는 “결국 자본의 문제”라며 “파급력이 큰 드라마를 CJ 계열이 독점하면서 방송시장 내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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