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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스토커’ 미국 반응 열광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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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봉 앞둬..”여백 많은 각본, 내 스타일로 채워넣고 싶었다”

“선댄스에서 반응이 완전히 열광적이었죠. 최상이었어요.”

22일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찬욱 감독은 지난달 영화가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현지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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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버라이어티’를 비롯해 중요한 매체들의 평이 좋았다”며 “미국의 매니저는 ‘버라이어티’ 리뷰 기사를 액자로 만들어서 돌렸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첫 영화를 선보인 소감을 묻자 그는 “미국영화라고 해서 특별한 소감은 없는데, 이번 경험이 특별한 이유는 영화를 완성해 놓고 무려 일곱 달이나 기다렸다 선댄스에서 첫 상영을 해야하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폭스 스튜디오 본사의 판단이 선댄스에 미국의 모든 언론매체가 몰리기 때문에 여기서의 공개를 최상이라고 본 것인데, 미국에서 나의 다음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스토커’를 빨리 보고 싶어했고, 나로서도 얼른 한 챕터를 넘어가고 싶은데 페이지가 안 넘어가니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할리우드에서의 연출 경험과 관련해 주로 얘기했던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는 영화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미국 TV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연 배우로 유명한 웬트워스 밀러의 시나리오를 할리우드 첫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로 “각본을 읽어보니 여백이 많았고, 내가 만드느냐, 류승완이 만드느냐, (데이비드) 핀처가 만드느냐에 따라 다른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감독이 자기 숨결을 불어넣을 공간이 넓은 영화 같아서 좋았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이 영화를 선택하고 만드는 데 딸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주인공) ‘인디아’가 내 딸이랑 동갑이란 것도 좋았어요. 영화 속에 엉클(삼촌) ‘찰리’가 와인잔을 밀어주면서 1994년 와인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내가 새로 넣은 대사예요. 이게 영화 안에서 여러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우리 딸에게도 그러거든요. 너도 이제 술 마실 나이가 됐지 않느냐고. 딸은 또 어떤 면에서는 독립된 사람이지만, 내 아내의 볼 수 없었던 어린시절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녀가 사춘기 때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함이 생기는데, 그 흔적이라도 볼 수 있는 게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니까 그게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 소녀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시나리오의 여백에 채우고 싶었던 건 좀 더 성장에 초점을 두는 거였죠. 동화 같은 것, 꿈 같은 것이요. 이 영화를 ‘동화 또는 아름답게 그려진 그림책을 보고 나서 그날 밤에 꾸는 악몽’으로 규정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대나 지역성을 특정되지 않게 했죠.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에게 제일 먼저 한 말이 ‘휴대전화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1940-50년대인지 모르게 하겠다, 고등학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미국인지 영국인지 모르게 하겠다’는 거였죠. 그런 것을 다른 감독이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달라진 지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규범과 관습에 가까운 성장의 흐름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성장을 한다는 것은 벗어나는 거잖아요. 성장배경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고 그 사회에 편입되는 것인데, 보통 그런 걸 묘사하는 문학이나 영화를 보면 반항의 시기를 극복하고 안정을 찾고 시민사회에 편입되는 것을 어른이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각본이 어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게 그것을 역전시켜 거의 악마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을 성장이라고, 완성이라고 보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나는 재미있었어요. 사춘기적인 반항과 악에 대한 유혹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면을 굉장히 집중하고 비유적으로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로 조명해 본 거죠.”

스릴러 장르로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향이 엿보인다는 지적에 그는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의 그림자는 웬트워스가 이미 각본에 넣은 것이죠. 사실 나는 본 지가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잘 안 났어요. 프로듀서가 그 얘기를 해서 다시 봤는데, 그것을 더 활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지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등장인물의 이름도 (’의혹의 그림자’에서와 같은 이름인) ‘엉클 찰리’를 ‘엉클 조니’로 바꾸려고도 했었죠. 히치콕의 색깔을 넣고 싶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바보 같았다고 생각한 장면은 있어요. 영화 속에 인디아를 사냥꾼으로서 묘사하기 위해 박제 동물을 ‘새’로 넣었죠. 인디아가 알에서 깨어나는 상징이 있어서 조류이길 원했는데, 이게 나중에 보니 (히치콕의) ‘싸이코’랑 똑같아졌죠. 후회한 건 아닌데, 누가 봐도 명백한 걸 몰랐다는 게 웃기더라고요. 원래 각본이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나 다름없이 의식적으로 도입한 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히치콕과 비슷한 어떤 요소를 포함해 이 영화를 좀더 풍부하게 하는 여러 층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커를 ‘브램 스토커’(소설 ‘드라큘라’의 작가)와 연결짓는 것도 웬트워스 밀러의 의도였어요. 그가 뱀파이어와 연결시키려 할 때의 의도는 계급적인 문제를 언급하고 싶었다고 하던데, 나는 그것보다는 다르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가능한 해석 중 하나로 보통 인간과는 다른 일족을 그리는 거였죠. 찰리와 인디아는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하고는 다른 그런 종족일 수도 있다는 거죠. 찰리가 한 번도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나 인디아가 연필의 뾰족한 부분으로 찌르는 장면은 송곳니를 연상시키죠. 감각이 예민해서 남들이 못 듣는 걸 듣는다는 것도 그런 맥락이고요. 이런 요소도 처음엔 거부하려 했고 제목조차 바꾸고 싶었는데, ‘히치콕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면도 또다른 해석의 지평을 여는 층으로 한 꺼풀 씌워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 영화가 전작들에 비해 피가 튀기거나 잔인한 장면이 덜한 배경을 소녀의 감수성이란 측면으로 풀이했다.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18살 소녀들이 반항하는 시기에 어른들을 볼 때 뭔가 역겹고 세속적으로 느껴질 거라 생각했어요. 반면 자신들은 그런 걸 싫어하고 아름답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봤어요. 그런 반항심을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폭력행위나 악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도 아름답게 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 나이대의 소녀가 보기 싫은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성장을 다루는 영화가 너무 엽기적이거나 난폭해서는 곤란하고 안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는 차기작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리스 출신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액스(도끼)’에 대해서는 “그동안 ‘도끼’의 각본을 쓰고 촬영 장소를 찾고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그러느라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할리우드의 다른 제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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