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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多樂房] ‘프라미스드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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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평생 살아온 땅, 개발에 파헤쳐진다면

맷 데이먼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응답하라’ 세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배우다. 배우에 대한 취향을 떠나 그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풋풋했던 시절의 기억들을 단박에 되살려 주는 출연작들 때문일까. 어떤 이유든 간에 향수, 친근감, 유대감 등 감상적인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맷 데이먼이 제작, 각본, 주연을 담당한 ‘프라미스드 랜드’는 보기 전부터 긍정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굿 윌 헌팅’을 합작했던 구스 반 산트 감독과 재회하고 환경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은 더욱 구미를 당긴다. 이 영화, 과연 포장보다 근사한 것이 들어 있을까?


연출, 연기, 음악까지 할리우드의 베테랑들이 참여한 만큼 ‘프라미스드 랜드’는 전반적으로 크게 흠잡을 것이 없는 영화다. 가장 큰 매력은 담백하고 수수한 극의 진행이다.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매킨리 지역에 파견된 글로벌사의 스티브(맷 데이먼)는 뜻밖에 환경주의자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주민 투표에서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대단히 참신한 내용은 없지만 돌려 말하거나 멋을 부리지 않고 정면으로 돌진하는 단순함이 나쁘지 않다. 내러티브의 한 축에는 ‘개발이냐 보존이냐’라는 가치의 문제를 놓고, 다른 한 축에는 기업 논리에 대한 한 개인의 갈등을 배치한 것도 균형이 맞는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여한 것은 요즘 영화들에서 보기 드문 새참함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환경 파괴와 기업 논리를 다룬 이 영화가 좀 더 치열하고 강렬하게 남지 않는 것은 낭만적인 결말 때문이다. 스티브는 자신의 임무를 가로막던 환경운동가 더스틴(존 크래신스키)이 사실은 글로벌사에서 보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투표를 하기 위해 모인 마을 사람들에게 이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러한 스티브의 정직한 행동과 그 결과로서의 파면은 너무 당위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도덕 교과서의 예화나 교육용 애니메이션이라면 모를까, 대기업의 비정함을 다룬 이 영화에서 굳이 개인을 이런 식으로 영웅화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의롭고 이상적인 결말은 각본과 주연을 맡은 맷 데이먼의 판타지이면서 배역과 자신의 이미지를 일치시키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발상이었을지 모른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스티브는 악역에 가깝지만, 성실하고 능력 있는 협상가로서 관객들의 감정이 이입되는 대상이다. 또한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고 외치는 술집 장면을 제외하고는 별달리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뿐더러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라는 대사까지 여러 번 등장한다. 스티브의 나르시시즘과 맷 데이먼의 착한 남자 콤플렉스가 묘하게 겹쳐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의구심과는 별개로 이 영화의 결말이 아쉬운 진짜 이유는 관객들 스스로가 갈등하고 고민할 여지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스티브의 희생은 다른 이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영화의 여운을 대신한다. 선한 영화도 좋지만, 역시 오래 곱씹게 되는 영화가 더 좋다. 12일 개봉.

윤성은 영화평론가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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