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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의 컬처K] 스타 작가들마저 시청률에 흔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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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세결여’ 김수현 저력 입증 종영 2회 남기고 내용 급선회에 갸우뚱 차기작 편성 등 영향… 여론 무시 못해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SBS 주말연속극 ‘세번 결혼하는 여자’(세결여)는 스타 작가 김수현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초반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무르며 작가의 명성에 흠을 남기는가 싶었던 드라마는 후반부에 대역전극을 펼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했다. 특히 동성애, 미혼모 등 당대의 민감한 사회상을 건드리며 화제를 모아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동거, 3혼 등의 문제를 생생하게 녹여 냈다.


▲ SBS 주말연속극 ‘세번 결혼하는 여자’
물론 잡음도 있었다. 종영 2회를 남겨 두고 극이 급선회하면서 인터넷 게시판에는 반발 글이 줄을 이었다. 극 중 자신의 딸에게 손찌검했다는 이유로 채린(손여은)과 이혼을 결심했던 태원(송창의)이 채린이 폭력 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안 뒤 복선도 없이 갑자기 화해 모드로 돌변한 게 억지스럽다는 것. 일각에서는 ‘세결여’가 후반부 시청률 상승의 주역인 채린 위주로 스토리가 바뀐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시청자는 “김 작가마저 막장 드라마처럼 시청률에 따라 극 흐름을 바꾸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세번 결혼하는 여자’라는 제목 때문에 결말을 예상한 시청자들이 많았겠지만, 작가가 반전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극 흐름의 변경 여부는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심이 들 정도로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스타 작가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제아무리 콧대 높은 톱스타라도 스타 작가 앞에서는 작아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 한 방송 관계자는 “이미 드라마 시장의 역학 구도는 작가, 배우, 제작사와 방송사, PD 순으로 재편된 지 오래”라면서 “유명 배우들도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스타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려고 줄을 서는 것 역시 차기작에 대한 포석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이경희 작가의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단역으로 출연한 송중기는 이 작가의 차기작인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남자 주인공 역을 꿰차 대박을 터뜨렸다.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 오디션장이 유명 아이돌 가수와 인기 스타들로 문전성시를 이룬 것도 작가의 이름값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작가들은 막강한 캐스팅 권한까지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특정 작가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출연하는 배우 사단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문영남, 김수현 사단이 대표적으로 김 작가는 매주 대본 연습에 참석해 배우들의 대사 톤을 챙기거나 방송을 꼼꼼히 모니터링한 뒤 지적 사항을 전달한다. 문 작가도 주말마다 회식 자리에 참석해 배우들의 말투와 캐릭터를 살폈다가 대본에 반영하기도 한다.

그날그날 ‘쪽대본’으로 숨 가쁘게 촬영이 진행되는 한국 드라마들의 경우 시청률에 따라 캐릭터의 비중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작가에게 배우의 ‘생사여탈권’이 주어질 수밖에 없다. 스타 작가들 입장에서도 시청률이 차기작의 편성 여부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론의 추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노릇. 드라마의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결국 자극적인 소재로 흐름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촬영 전에 원고가 완성됐다 하더라도 여론의 추이와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의 일정 부분을 변동시킬 여지를 남겨 놓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회당 원고료가 많게는 6000만~8000만원을 호가하는 스타 작가들마저 시청률 지상주의에 흔들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이를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시청률에 작품의 주제의식까지 흔들린다면 과연 스타 작가들이 거액의 원고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rin@seoul.co.kr
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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