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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이 롤만 남아 있을 수도… 찾는 노력 美로 확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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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리랑’ 원본 필름의 행방은


▲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1926) 촬영 현장 기념사진. 가운데 어린이를 안고 있는 사람이 나운규다. 카메라 바로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은 배우 신일선.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필름 아카이브의 연구원인 필자의 입장으로 판단하자면 영화 ‘아리랑’(1926)의 필름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당시 무성영화는 인화성이 강한 질산염 필름으로 만들어졌으므로(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영사실 필름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누군가 마음먹고 보관하지 않았다면 보존 자체가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6·25 전쟁 중인 1952년 대구 만경관에서 상영되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여러 벌 중의 하나였을 그 상영용 프린트 역시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일본과 북한에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전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후자 역시 가능성이 낮다.

일본의 경우 ‘아리랑’을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한 아베 요시시게라는 수집가가 2005년 사망한 후 일본의 국립 필름 아카이브가 나서 이른바 ‘아베 컬렉션’을 모두 조사했지만 조선 영화는 한 롤도 나오지 않았다. 당시 조사에는 한국영상자료원 원장도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아베의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후자의 경우 북한의 국가영화문헌고에 있다는 설이다. 영화문헌고는 전 세계 영화를 수집해 놓은 김정일 위원장의 개인 필름라이브러리나 다름없다고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아리랑’ 필름 등 일제강점기 조선 영화들을 가지고 있다면 숨겨만 두지 않고 어떻게든 활용하지 않았을까.

물론 ‘아리랑’의 필름을 찾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일말의 가능성은 미국 쪽으로도 열어둬야 한다. ‘아리랑’은 해방 이전 일본에서도 상영되었고, 전후 일본은 연합군 최고사령부(GHQ) 점령기를 거쳤으므로 당시 미군에 의해 노획된 필름 중에 끼어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의 국립기록관리청(NARA)이나 의회도서관(LOC)의 보존고에 영화 제목이나 크레디트가 없어진 채 일부 필름 롤만 남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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