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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의, 팬에 의한, 팬을 위한… 오빠들과 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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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팬 쌍방향 소통시대


▲ 방탄소년단 팬 1만명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아미 유나이티드 인 서울’ 행사에서 ‘아미밤’(응원봉)을 흔들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이날 영상 메시지로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하나의 공동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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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저희 멤버들이 무얼 해서가 아니라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아미 유나이티드 인 서울’에서 방탄소년단 RM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말하며 자신들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팬들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를 수차례 언급했다. 단순히 팬의 응원에 감사한 것이 아니라 ‘아미’들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방탄소년단도 존재할 수 없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요즘 아이돌은 더이상 TV 속 스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에는 연예인을 향한 팬들의 사랑이 팬레터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해진 측면이 크다면, 쌍방향 미디어의 발달과 갈수록 다채로워지는 아이돌 산업의 영향으로 가수와 팬의 소통이 활발하다.

방탄소년단 데뷔 2080일간의 추억을 팬들이 한 조각씩 채워가는 글로벌 이벤트 ‘아미피디아’는 아이돌과 팬들의 변화하는 소통방식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였다. 24일 자정 막을 내린 ‘아미피디아’의 두 번째 오프라인 행사로 열린 ‘아미 유나이티드 인 서울’에는 1만명의 팬들이 모였다. 이날 홍콩 콘서트 일정을 소화한 방탄소년단은 애초에 참석하지 않는 팬들끼리의 행사였지만 1만석의 무료입장권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금세 동났다.

지민의 캐릭터인 ‘치미’ 머리띠를 하고 아미밤을 손에 든 정해은(18)양은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좋고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해외 콘서트 때문에 한국에 없는 공백기 동안 이런 행사를 열어줘서 고맙다”며 방탄소년단이 없는 행사에 참여한 이유를 말했다.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내는 퀴즈를 풀고, 콘서트에 온 것처럼 떼창과 응원법을 마음껏 부르면서 아미들의 축제를 즐겼다. 이날 행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방탄소년단의 영상토크를 볼 때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RM은 행사를 마치며 “아미피디아에 올려주신 많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미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런 느낌이 새 앨범에서도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아이돌 유닛 우석X관린은 최근 공개방송을 찾은 팬들에게 음료를 ‘역조공’ 해 눈길을 끌었다.
독자 제공
‘역조공’은 아이돌과 팬의 쌍방향 사랑을 볼 수 있는 대표적 문화다. 팬들이 돈을 모아 연예인에게 선물을 하는 것을 뜻하는 은어 ‘조공’에서 파생된 말로 연예인이 팬에게 선물하는 것을 가리킨다. 워너원 팬클럽 ‘워너블’인 최세나(20)씨는 유닛 우석X관린으로 활동 중인 라이관린을 보기 위해 최근 ‘SBS 인기가요’ 공개방송에 갔다. 이날 우석과 관린은 사전녹화 후 팬들을 만나 “딸기 좋아하시는 분”, “바나나 좋아하시는 분”을 외치며 상냥한 인사를 건넸다. 최씨는 “새벽부터 나와 기다렸는데 라이관린도 보고 역조공도 받아 잊지 못할 날이 됐다”며 웃었다.

1년에 두 차례 가장 많은 아이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MBC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 때는 역조공도 대목을 맞는다.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하루 종일 목 놓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소속사에서는 각양각색 도시락을 준비한다. 때로는 아이돌 멤버들이 정성스레 하나씩 포장한 선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실시간으로 역조공 자랑이 올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 그룹 세븐틴이 팬 미팅에 앞서 공연장 대기실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브이 라이브 방송화면 캡처
네이버 ‘브이 라이브’ 등을 통한 실시간 방송은 아이돌과 팬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지난 10일 세븐틴은 잠심실내체육관에서의 사흘째 팬미팅에 앞서 ‘브이 라이브’를 켜고 깜짝 방송을 했다. 팬미팅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기실에서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친구처럼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 콘서트 등 행사에서만 팬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연습실, 대기실 등 언제 어디서든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요즘 아이돌의 일상이다. 무대 위 완벽한 이미지와 비교적 평범한 현실의 ‘갭차이’(상황에 따른 대상의 차이를 뜻하는 신조어)에 팬들은 오히려 열광한다.

팬미팅은 아이돌과 팬들만을 위한 시간으로 꾸며진다. 콘서트에서 ‘프로’다운 모습에 더 집중한다면 팬미팅에서는 팬들과의 게임, 멤버들의 사적인 만담 등이 오간다. 한 걸음 가까워진 아이돌의 ‘허당 매력’은 더이상 먼 하늘의 스타가 아닌 항상 곁에 있는 동료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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