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배우·제작진, 오스카 캠페인 및 4관왕 수상 후일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배우들과 함께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br>뉴스1
“‘기생충’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를 선보이고 돌아와서 기쁘다.”

‘기생충’ 오스카상 4관왕의 주역 중 한 명인 송강호는 19일 오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런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 배우들과 제작진은 이날 오스카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국내 공식 석상에 다 같이 모여 후일담을 들려줬다. 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외에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배우들과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 등이 참석했다.

송강호는 “지난 6개월간 최고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함께 봤다.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저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었고, 그만큼 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이 4관왕에 오를 때 소감을 묻자 “시상식장에서 봉준호 감독 바로 옆에 앉아있었는데, TV 화면을 보면 제가 굉장히 자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칸영화제 수상 때 제가 너무 과도하게 (축하를) 하는 바람에 감독님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는 얼굴 위주로, 어떤 상은 뺨을 때리고, 어떤 상은 목덜미를 잡기도 했다”고 답해, 웃음을 끌어냈다.

그는 “봉 감독과 20년을 함께했다”면서 “봉 감독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을 목도한 게 미국 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배우들이 상을 받았을 때인 것 같다. 좀 신기했다. 이 사람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라도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촬영을 한 게 작년 1월이다. 13개월째 일이 없다”며 농담 섞인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다른 배우들도 수상 당시 감격 등을 들려줬다.

이선균은 “너무 벅찼다. 4개 부문 상을 받고 보니까 아카데미가 큰 선을 넘은 것 같았다. 편견 없이 우리 영화를 좋아하고 응원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라고도 했다.

장혜진은 할리우드에서 출연 제의가 온다면 “‘오브 코스, 와이 낫~ 아임 레디~’(of course, why not? I‘m ready)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봉 감독은 이정은과 조여정이 할리우드에서 엄청난 화제였다고 귀띔했다.

봉 감독은 “이정은의 경우 ’오리지널 하우스 키퍼가 누구냐, 그녀가 늦은 밤 벨을 누르는 순간 영화의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조합상 시상식 때 톰 행크스가 송강호, 이선균, 이정은을 보고 반가워하며 영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또 LA에서 길 가다 쿠엔틴 타란티노를 만나 20분 정도 얘기했는데, 그중 10분은 조여정 배우에 관해 이야기하더라. 연기와 캐릭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스카 캠페인 기간 영어로 수상 소감을 말해 화제가 된 이정은은 “밤새워서 대사를 외우듯 연습했다”며 웃었다. 그는 ’할리우드 진출도 꿈꿔볼 만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배우라면 할리우드는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지금은 굳이 할리우드를 안 가도 영화를 잘 찍으면 세계가 알아준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기회가 온다면…”이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봉 감독과 함께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는 할리우드가 ’기생충‘에 열광하는 이유를 묻자 “우리 영화는 선과 악, 이분법적인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10명 모두 각자 캐릭터가 있고, 각자의 욕망에 따라 산다.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료 조사를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저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기우의 환경에 가깝게 살았다. 박 사장의 집은 저에게 판타지였는데, 그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었던 취재원들과의 취재가 중요했다. 디테일을 쫓는 작업을 통해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은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젊은 층이 경제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기생충‘은 동시대적 문제를 재미있고, 심도 있게 표현했다. 선과 악은 없는데 누군가는 누구한테 가해자가 되고 피해를 주고… 이런 관계가 우리 인간군상과 흡사해 놀라는 것 같고, 예상할 수 없는 스토리 덕분에 호응을 얻은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곽신애 대표는 “처음 오스카에게 가서 작품상까지 받았는데, 작품상은 한 개인이라기보다 이 작품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모든 분에게 영광과 기쁨이 되는 상”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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