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에 담긴 시민들 쓴소리

TV조선의 ‘미스터트롯’(사진)과 MBC ‘놀면 뭐하니?’는 올해 방송가를 점령한 트로트와 부캐(부캐릭터)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방송은 물론 광고계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트로트에 대해 방송 비평집 ‘트롯 공화국에서 모두 안녕하십니까?’는 음악적 성취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br>TV조선 제공
TV조선의 ‘미스터트롯’(사진)과 MBC ‘놀면 뭐하니?’는 올해 방송가를 점령한 트로트와 부캐(부캐릭터)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방송은 물론 광고계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트로트에 대해 방송 비평집 ‘트롯 공화국에서 모두 안녕하십니까?’는 음악적 성취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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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으로 일취월장하지 않는 한 스타의 수명은 매우 짧다. 이런 식이면 메가 히트곡도, 명곡도, 명가수도 배출하지 못한 채 동반 침몰할 수 있다.” “유재석이 가수로서 다른 음악가와 경쟁하고 모종의 성취를 얻는 과정은 공정 경쟁인가.”

올해 방송가를 강타한 트로트와 ‘부캐’(부캐릭터) 열풍을 향한 따끔한 지적의 일부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 수상작이 담긴 비평집 ‘트롯 공화국에서 모두 안녕하십니까?’(한울)는 방송국이 앞다퉈 편성한 트로트 프로그램과 부캐 열풍의 현상과 독을 지적한다. 제목은 비평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박경아씨의 글에서 따왔다.

박경아씨는 ‘트롯 공화국에서 모두 안녕하십니까?’에서 트로트 몰입 현상을 분석했다. 트로트 열풍 현상의 시발점이 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이 방송사의 기획과 대중의 숨겨 있던 열망이 맞물려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송가인을 비롯해 임영웅, 영탁, 장민호, 나태주 등 트로트 가수들이 방송사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모습을 비추고, 광고에도 경쟁적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어 이런 트로트 열풍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재 트로트계는 기존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데 그치고 가수들의 인기에 기대 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의 연장선이다.

그는 트로트 열풍의 미래상으로 15년 만에 TV에 얼굴을 비춘 가수 나훈아를 들었다. 평소에 좋은 노래를 만드는 데에 힘쓰고, 대중이 원할 때 이를 선보이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가 지금 사는 시대를 노래해야 한다. 과거의 명곡을 비롯해 취직 걱정, 집값 걱정, 노후 걱정 등을 담은 신곡이 조화롭게 공명하는 무대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TV조선의 ‘미스터트롯’과 MBC ‘놀면 뭐하니?’(사진)는 올해 방송가를 점령한 트로트와 부캐(부캐릭터)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방송은 물론 광고계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트로트에 대해 방송 비평집 ‘트롯 공화국에서 모두 안녕하십니까?’는 음악적 성취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br>MBC 제공
TV조선의 ‘미스터트롯’과 MBC ‘놀면 뭐하니?’(사진)는 올해 방송가를 점령한 트로트와 부캐(부캐릭터)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방송은 물론 광고계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트로트에 대해 방송 비평집 ‘트롯 공화국에서 모두 안녕하십니까?’는 음악적 성취를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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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만나 다양한 부캐를 만들어 낸 ‘놀면 뭐하니’에 대해선 시선이 엇갈린다. 우수작을 받은 정한솔씨는 ‘새로운 나가 생기면 뭐하니’라는 글에서 “다양한 상황에 맞게 변화를 줘 프로그램의 확장성을 높였다”고 평했다. 문제는 유재석의 노력이 노동자들의 생계형 도전을 지나치게 낭만화하고,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스타들의 스타’인 유재석, 비, 이효리가 결성한 그룹 싹쓰리에 대해 ‘공정 경쟁’를 묻고, 새로운 도전이 아닌 1990년대 댄스그룹의 오마주일 뿐이라며 “음악산업을 위한 결정인가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가작을 받은 한재연씨는 ‘놀자, 놀자 한 번 더 놀아보자꾸나’ 비평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였던 유재석이 놀면서 다른 캐릭터로 변하는 모습은 ‘논다’는 의미로서 예능의 의미를 복원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또 “노년기를 맞은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놀면 뭐하니?’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초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제2의 삶은 좋아하는 것을 주로 찾는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사회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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