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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구조된 학생들이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눈물을 흘리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br>진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16일 오전 8시 52분 32초, 전남 소방본부 119 상황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세월호는 이미 기울어 침몰하고 있던 상황이다. 단원고 A(18)군이었다. 당시 전화 내용이다.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이하 119): 119상황실입니다.

 -학생: 살려주세요.

 119: 여보세요.

 -학생: 여보세요.

 119: 네 119상황실입니다.

 -학생: 여기 배인데 여기 배가 침몰하는 거 같아요.

 119: 배가 침몰해요?

 -학생: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여기 지금 배가 침몰하는 것 같아요.

 119: 자잠깐만요. 자지금 타고 계신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에요? 아니면 옆에 있는 다른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에요?

 -학생: 타고 가는 배가요. 타고 가는 배가!

 119: 여보세요?

 -학생: 네

 119: 잠깐만요. 제가 해경으로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저 배 이름이 뭐에요. 혹시.

 -학생:선생님 바꿔 드릴까요?

 119: 네. 선생님 좀 바꿔줘 보세요.

 -학생: 네

 119: 여보세요

 -교사: 여기 배가 침몰했어요.

 119: 배가 침몰했어요? 배 이름이 뭐에요? 여보세요?

 -학생:네

 119: 배 이름이 뭐에요? 제가 해경으로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학생: 잠시만요. 세월호요. 세월호.

 119: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해경으로 바로 연결할게요.

 (오전 8시 54분 7초-목포해경에 신고 내용 전달)

 119: 예. 수고하십니다. 여기 119상황실인데요.

 목포해경: 네.

 119: 지금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신고가 왔는데요.

 목포해경: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요? 배 위치요? 위치?

 -119: 지금 핸드폰 기지국 위치는 진도 조도요.

 목포해경: 진도 조도로 나온다고요?

 119: 서거차도리

 목포해경: 서거차도리?

 119: 네. 서거차도리로 지금 뜨고 있거든요. 신고자 전화번호 드릴게요. 010-0000-0000

 목포해경: 끝 번호 몇 번이요?

 119: 0000이요. 지금 신고자 연결돼 있거든요.

  (오전 8시 54분 38초-3자 통화)

 119: 신고자 분 지금 해양경찰 나왔습니다. 바로 지금 통화 좀 하세요.

 목포해경: 여보세요. 목포 해양경찰입니다. 위치 말해주세요.

 -학생: 네?

 목포해경: 위치. 경위(경도와 위도)도 말해주세요.

 -학생: 네?

 119: 경위도는 아니고요. 배 탑승하신 분. 배 탑승하신 분

 -학생: 핸드폰이요?

 목포해경: 여보세요. 여기 목포해경 상황실입니다.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배 위치 말해주세요. 배 위치 지금 배가 어디 있습니까?

 -학생: 위치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 이곳….

 목포해경: 위치를 모르신다고요? 거기 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 경도하고 위도!

 -학생: 여기 섬이 이렇게 보이긴 하는데.

 목포해경: 네?

 -학생: 그걸 잘 모르겠어요.

 목포해경: 섬이 보이긴 하는데 잘 모르겠다고요? 어디서 출항하셨어요?

 -학생: 어제어제

 목포해경: 어제 출항했다고요?

 -학생: 어제 (오후) 8시 그쯤인 거 같아요.

 목포해경: 어제 8시에 출항했다고요? 어디서? 어디서?

 -학생: 인천항인가 거기서 출항했을 걸요.

 목포해경: 인천항에서 출항했다고요?

 -학생: 네.

 목포해경: 배 이름이 뭡니까? 배 이름?

  (오전 8시 55분 38초-세월호 최초 확인)

 -학생: 세월호요. 세월호.

 목포해경: 세월?

 -학생: 네.

 목포해경: 배 종류가 뭐에요? 배종류…. 여객선인가요? 아니면 어선인가요?

 -학생: 여객선일 거에요.

 목포해경: 여객선이요?

 -학생: 네.

 목포해경: 여객선이고, 세월호고 지금 침몰 중이다고요? 배가?

 -학생: 네?

 목포해경: 침몰 중이다고요? 배가?

 -학생: 네. 그런 거 같다고요. 지금 한쪽으로 기울어서.

 목포해경: 한쪽으로 기울어서 침몰 중이다고요. 여보세요? 혹시 옆에 누구 있습니까?

 -학생: 선생님 계시긴 하는데 선생님이 지금 정신이 없으셔가지고요.

 목포해경: 선생님이 정신이 없으시다고요?

 -학생: 네. 제가 대신 전화했어요.

 목포해경: 네. 지금 보니까 8시에 인천항에서 출항하셨네요.

 119: 아. 여보세요?

 -학생: 네.

 119: 해경입니까? 여기 119상황실인데요. 여기 전화가 계속 들어오거든요. 다른 전화로. 다른 분들은 동거차도라고 해서 신고가 지금 계속 들어오네요.

 목포해경: 신고가 계속 들어와요? 저희가 하나 컨택했습니다.

 해경과 A군과의 통화는 오전 8시 56분 57초에 끝났다.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과 목포해경은 A군에게 미심쩍은 듯 경도와 위도, 여객선 이름 등을 구체적으로 꼬치꼬치 반복해서 물었고, A군은 다급한 상황에서도 답변에 최선을 다했다.

 A군으로 추정되는 학생의 시신이 23일 세월호 선미 부근에서 발견됐다고 24일 해양경찰청이 밝혔다. 해경은 현재 A군에 대한 신원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

 해경 측은 “A군의 부모를 통해 시신의 인상착의를 확인한 결과 A군인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하지만 지문과 DNA 검사 등 정확한 신분 확인을 거치지 않아 아직은 추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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