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이 도입 6년째를 맞았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한 직장 내에서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와는 별 상관없는 일로 남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일을 말한다. 제도 도입 초기라 시행착오가 없진 않지만 그간 “직장은 으레 다 그런 것”이라는 조직문화 뒤에 숨어 활개를 쳤던 직장 내 ‘빌런’(악당)들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혈질 상사가 부하 직원을 야단치며 머리를 툭툭 때리거나 욕설을 퍼붓는 건 잘못이라고 판정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집안일을 시키거나 성희롱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빌런들도 이 법의 주요 표적이 됐다. 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20년 5823건에서 지난해 1만 2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괴롭힘법에 걸리기 쉬운 직장 내 빌런의 성격 유형으로 소시오패스(소패)와 나르시시스트(나르)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소패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주변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며 희생시키는 사람이다. 양심의 가책이 없어 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거짓말을 하거나 타인을 조종하는 가스라이팅에 능하다. 나르는 병적일 정도로 자기 우월감에 취해 있어 남의 공적을 가로채거나 부하 직원의 작은 실수에 모욕을 퍼붓곤 한다. 심리학은 이들을 인격장애 유형 가운데 ‘클러스터 B’로 분류한다. 사회적 규범에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죄책감이 없고 폭력성과 충동성이 강해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유형으로도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을 직장 내에서 매우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소패와 나르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6%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직장 내에서 마주치는 사람 가운데 대략 10명 중 1명은 소패 아니면 나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을 잘 믿고 배려하며 공감할수록 이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업계에서 회자되는 이들에 대한 대처법은 간명하다. 괜히 맞붙어서 피해를 보느니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 내에서 상사로 마주친 이들을 무작정 피하기란 쉽지 않다. 괴롭힘법으로 신고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아무리 빌런 상사라고 할지라도 ‘좁은 업계’에서 이들을 괴롭힘법으로 신고했다간 직장 내에서 찍히는 것은 물론 동종 업계 이직 길이 막힐 우려가 큰 탓이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많은 배경이다. 노동사회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359명 가운데 39명(10.9%)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니 현재로선 자구책을 찾는 게 우선일 수밖에 없다. 소패·나르의 말에 날을 세우지는 말되 심드렁하게 반응하며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회색 돌 전략’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또 이들의 공격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름의 ‘심리적 방어선’을 구축하는 게 좋다. 직장에서 소시오패스·나르시시스트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속으로 ‘그러는 너는 어떻고? 너나 잘해’를 외쳐 보는 것도 방법이다.

김성은 기획취재부 기자

김성은 기획취재부 기자
김성은 기획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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