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으로는 포커즈, 제국의아이들, 씨엔블루 등이 주목받는 가운데 2AM의 신곡 ‘죽어도 못 보내’가 각종 음악사이트 인기차트 1위를 석권했다. 여기에 소녀시대도 28일 2집으로 가세해 지상파 방송 음악 프로그램이 아이돌 스타로 채워질 전망이다.
더불어 상반기 엠블랙과 비스트가 신보를 낼 예정이며, 스타쉽엔터테인먼트·울림엔터테인먼트·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등이 남녀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킬 예정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2007년 국민적인 히트곡으로 사랑받은 ‘텔 미(Tell Me)’이후 남녀 아이돌 그룹이 쏟아졌다”며 “음반제작사가 아이돌 음악만 만들자 리스너들의 귀가 길들여졌다. 질 높은 아이돌 음악으로 리스너들의 연령대가 확장된 만큼, 올해도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7년 이후 4년째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에서 대거 배출되고 있는 이유와 그로 인한 팬 문화의 변화 및 부작용을 가요 관계자들로부터 들어봤다.
◇왜…열악한 시장서 활용도 높아
가요계는 열악한 음악시장 환경을 아이돌 그룹이 득세하는 근본 요인이라고 꼽았다.
음반 매출에 의존할 수 없으니 연기 및 광고, 공연, 행사, 관광상품 등 활용도가 다양한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요즘 TV를 틀면 티아라의 지연이 드라마 ‘공부의 신’에 출연하고, 빅뱅이 의류와 맥주, 2PM이 휴대전화와 제과, 카라가 피자, 포미닛이 MP3와 음료 등의 광고에서 활약하는 것이 이런 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더불어 음악, 외모, 퍼포먼스를 앞세운 아이돌 그룹은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합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인터넷 등의 발달로 국내 가수의 노래가 실시간으로 해외에 전달되기 때문에, 해외 나들이 한번 없는 그룹도 이미 현지에서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재단이 주최한 태국 방콕 공연에서 카라, 중국 상하이 공연에서 2PM과 포미닛은 현지 첫 무대였지만 그곳 팬들이 노래와 춤을 따라해 놀랐다”고 말했다.
또 한 공연기획사의 대표는 “이들은 해외에서 음반 판매보다 공연 및 팬미팅에 비중을 두고 활동한다”며 “유명세를 타고 광고 및 드라마 출연 등의 기회로 이어지면 부가 수익도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음반제작자들은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이 아이돌 그룹을 선호하기 때문에 제작이 잇따른다는 이색 의견도 냈다.
이들은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도 문제”라며 “아이돌 그룹 출연 때 시청률이 오르니 PD들도 아이돌 그룹을 선호해 다른 장르 가수보다 홍보하기가 쉽다. 또 인기 아이돌 그룹을 보유하면 기획사가 방송사와의 힘겨루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향…팬층 확대 및 팬문화 변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향상되면서 10대 여성 중심의 팬 문화에서 30-40대 삼촌과 이모들로 팬층이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1천239명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그룹가수’를 조사한 결과 여성 직장인은 2PM, 남성 직장인은 소녀시대를 꼽았다.
소녀시대 팬카페 ‘시스터스’에는 ‘오빠삼촌방’과 ‘언니이모방’의 활동이 활발하고, 또 다른 팬클럽인 ‘소시밴드’의 리더는 40대다.
이들은 음반과 음원, 상품과 야광봉을 구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음반기획사와 협의해 스타를 키우고 이들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한다.소녀시대, 카라 멤버들의 생일을 맞아 일간지 광고를 하고, 가수의 이름으로 기부 및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한 여성그룹 기획사 대표는 “공연장에 30-40대 남성 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그룹의 음악과 스타일을 조언하고, 경제력이 뒷받침되기에 가수의 이름으로 선행에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음반기획사 이사는 “연령대 확장 뿐 아니라 팬 문화도 변화했다”며 “2PM의 재범 탈퇴로 집회를 열거나, 슈퍼주니어 멤버 추가를 막기 위해 팬클럽이 1인 1주식을 보유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팬클럽이 또 다른 문화 권력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작용…장르 편중·기획상품 양산
그러나 아이돌 그룹 양산이 초래한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이돌 그룹이 주로 선보이는 댄스곡으로 장르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도 있지만 음반이 나왔는지 조차 알리기 힘든 게 현실이다. 용감한형제, 신사동호랭이, 이-트라이브 등 아이돌 그룹의 히트곡을 만든 특정 작곡가들에게 의존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음악채널의 한 PD는 “음악 프로그램 출연진 중 아이돌 그룹이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들의 음악은 3-4명의 작곡가가 주로 만들어 ‘그 노래가 그 노래’인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유명 싱어송라이터 역시 “아이돌 그룹이 발표하는 댄스 음악이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지게 됐다”며 “곡을 직접 쓰는 노력까지 무의미해진 현실이 안타깝다. 음악이 휴대전화 컬러링(통화연결음) 등 액세서리로 취급되는 환경에서 지금의 어린 음악팬들이 중년이 됐을 때 추억할 명곡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또 유행을 타고 만들어진 단발성 기획 상품만 쏟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억대의 자본이 들어간 아이돌 그룹 평균 수명이 5년도 채 안 되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대형 음반기획사 언론홍보팀장은 “요즘 아이돌 그룹은 가수로서의 인성이 채 형성되기 전인 데뷔 2-3년 만에 스타가 된다”며 “음반기획사의 의도에 의해 뭉친 그룹에서는 멤버들이나 기획사와의 갈등이 잦아졌고 팀 수명이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 같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음악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시장의 합법화, 해외 시장 개척 등 수익을 창출할 인프라를 구축하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나올 토대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한 음반제작사의 임원은 “금융위기 때 국가가 기업 활동을 지원했듯이, 열악한 음악 환경에서는 시장 구조 개선 및 실력 있는 가수 육성 등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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