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린 글로벌 예능 버라이어티가 안방극장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해외 로케에 첫발을 뗀 지 4년 만에 예능프로그램들은 오대양 5대주. 20여개국을 돌았다. 아시아. 북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유럽의 오대주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이 예능에서 베일을 벗었고. 지구의 양축 남극과 북극이 3월 안방극장을 노크한다. 프로그램의 외피만 성장한 것이 아니다. 말초적 웃음을 넘어 진한 감동과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예능프로그램의 한계를 뛰어넘는 질적 성장까지 일궈가고 있다.
◇남미만 빼고 다 돌았다!
갈 수 있는 곳만 간다면 글로벌 예능이 아니다. ‘예능 사상 최초’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방송 3사의 해외 로케 경쟁은 연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호탄을 쏜 쪽은 ‘공익 예능의 대가’ 김영희 PD가 이끄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이하 일밤)’. 일밤의 신설 프로그램 ‘단비’는 예능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잠비아. 케냐를 찾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무한도전’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남자의 로망’ F1에 도전해 바통을 이어갔다. KBS는 스포츠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반격을 시도했다. KBS2 ‘출발드림팀2’가 지난 1월 일찌감치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최지 캐나다에 입성해 스키점프 경기가 열린 휘슬러를 소개했으며 ‘천하무적 야구단’은 2월 사이판에서 전지훈련의 열기를 전했다. 오는 6월12일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2010남아공월드컵은 양사가 모두 출사표를 던져 맞대결을 예고했다. 베테랑 이경규가 속한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남아공행을 선언한 데 이어 ‘단비’팀도 최근 합류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올해 최고의 빅매치라 할 수 있는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과 MBC‘무한도전’이 극지 체험에 나선다. ‘1박 2일’은 남극 대륙의 세종기지. ‘무한도전’은 북극 알래스카를 목표로 지구 정반대 편으로 날아가 나란히 특집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도 예능프로그램에서 단발성 해외 특집은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여러 프로그램에서 연중 시리즈로 해외 특집을 선보이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예능에 더 큰 세상을 담기 위해서
그렇다면 글로벌 예능이라는 신조어가 붙을 만큼 예능계의 트렌드가 바뀐 이유는 뭘까. 2010년 예능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 다큐멘터리 같은 감동에서 빚어내는 재미를 찾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예능의 대세로 자리잡은 리얼버라이어티와 대량화. 전문화된 제작시스템. 감동과 휴머니즘을 선호하는 시청자의 높아진 눈이 주요 원인이다. 시청자들은 더는 단순한 웃음을 원하지 않는다. 출연자와 함께 웃음을 너머 땀과 눈물까지 공감하길 원한다. 제작진들이 한정된 제작비와 여러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떠나는 것도 바로 더 높은 퀄리티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무인도(필리핀 헬리콥터섬)에서 생존을 위해 싸웠고. 식목일에 사막(중국 쿠부치)에서 나무를 심었는가 하면. ‘알래스카에서 김상덕 씨를 만나고 오라’는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려고 정말 알래스카에 다녀오기도 했다. 왜? ‘무모한 도전을 무식하게 해내고야 만다’는 것이 무한도전의 컨셉트이기 때문이다.
세대공통의 코드 여행을 컨셉트로 잡은 ‘1박 2일’은 일곱 남자가 길을 떠나고. 사람을 만나는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 전국팔도 60여곳을 발로 찾았다. 남극 방문 역시 로드 버라이어티라는 기본 컨셉트의 연장선에 있다. 해외로케는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절차일 뿐이다. ‘해피선데이’ 이명한 PD는 “과거 예능에서는 해외로케에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었다. 요즘에는 분위기가 한결 자연스러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확실한 기획의도와 목적이 담보된 상황에서의 해외로케는 프로그램의 수준을 한결 높여주고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