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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채널의 반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엠넷의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K’가 돌풍을 일으킨 것을 비롯해 무명배우 정가은을 일약 스타로 탄생시킨 tvN의 ‘재미있는 TV-롤러코스터’와 최근 스릴러 드라마 장르를 개척한 tvN의 새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까지 화제의 프로그램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상파 못지 않은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케이블 프로그램의 이유 있는 인기 비결을 짚었다.
엠넷 ‘슈퍼스타K’
tvN의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지상파와 차별화된 신선함이 인기 요인

음악채널 엠넷의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는 지난해 방송 당시 최고시청률 8.4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전국평균). 평균 시청률 5.643%로 케이블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가에서는 통상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에 10을 곱하면 지상파 시청률이 된다고 풀이한다. 이 계산을 대입하면 ‘슈퍼스타K’의 8.47%는 지상파의 84%에 해당되는 놀라운 시청률이다.

케이블 시청률은 2% 정도만 나와도 성공한 시청률로 본다. 그러나 최근에는 2%는 기본이고 3%를 넘기는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tvN의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은 색다른 포맷과 이색적인 내레이션 등으로 4%의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며 온국민의 화제를 모았다. 극중 성우의 내레이션이 젊은 층들 사이에 화제를 모았고. 주연배우인 정가은은 무명 배우에서 스타로 탄생하며 지상파 방송까지 진출해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tvN의 시트콤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도 평균 2%대의 꾸준한 시청률로 시즌6까지 제작되며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있다.
tvN의 새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


tvN의 새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는 스릴러 드라마 장르를 새로 개척해 마니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케이블 프로그램들이 화제를 모으는 데 시청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한 콘텐츠가 비결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또 기존 지상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형식으로 신선함을 꾀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이다.

엠넷의 김용범 CP는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 보다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의 급변하는 욕구를 프로그램에 즉각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지상파 프로그램과 경쟁. 판도 변화

tvN의 시트콤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케이블이 신선한 콘텐츠가 있는 방송으로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제약으로 부터 비교적 자유로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이나 ‘막돼먹은 영애씨’ 등은 기존 지상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컨셉트로 새 장르를 개척해 성공을 거머쥐었다.

CJ미디어 김현철 국장은 “tvN이 내놓은 히트 프로그램들은 국내 프로그램 중 벤치마킹한 작품이 없을 만큼 새로움이 무기”라며 “기존 지상파에서 한 프로그램은 하지 말자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기획했다. ‘롤러코스터’는 한국에 없는 블랙 코미디를 만들자는 기획 하에 나왔고. ‘막돼먹은 영애씨’는 공중파적인 시트콤을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보자는 차별화 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지상파와 확실하게 선을 긋고 차별화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목표가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진 셈이다.

지상파 못지 않은 지속적인 투자도 한몫한다. 최근 방송되는 ‘위기일발 풍년빌라’는 20회 분량의 총 제작비가 30억원으로 회당 1억5000만원의 제작비를 사용했다. tvN의 ‘미세스타운-남편이 죽었다’와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역시 회당 1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완성도를 높였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 예능 프로그램은 저예산이 대부분인데 ‘롤러코스터’의 경우 같은 분량의 지상파 프로그램보다 높은 제작비를 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국장은 “흔히 케이블이 수급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자체 제작에 승부를 걸고 있다. 타 케이블 채널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지상파와 경쟁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든다.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히트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우리 채널에서 히트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자체 제작 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타 케이블의 경우 대부분 외주제작을 많이 맡기는데 우리는 지상파 예능국과 드라마국 못지않게 풍부한 인력을 가지고 있다. 내부 인력이 생산하기 때문에 추진력과 동기 등에서 다른 채널과 차별화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지상파에는 없는 시즌제 드라마를 개척한 것도 케이블 채널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미국 드라마의 경우 자연스러운 시즌제 제작방식을 국내 드라마에 도입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쌍방향 소통이 케이블 방송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시청자들의 참여로 큰 인기를 모았던 ‘슈퍼스타K’는 시즌2가 제작되고 있고. 엠넷이 지난 1일 신설한 ‘엠넷 라디오’는 시청자 사연을 즉시 방송에서 읽어주는 소통형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다.

이처럼 케이블 채널의 반란은 2010년에도 계속되는 가운데 올 해 어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대박을 터트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슈퍼스타 K’ 김용범PD를 만나다◆

‘슈퍼스타 K’ 김용범PD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지난해 케이블 프로그램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이다.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 중 평균 시청률 5.643%로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엠넷의 김용범 CP는 “흔히 성공률이 낮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처럼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케이블 채널 특성상 제약이 없어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또 음악방송뿐 아니라 음악 시상식. 음악사업부. 매니지먼트 등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실효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승자를 비롯해 오디션 참가자들은 스타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우승자인 서인국은 이달 중 첫 앨범을 낼 계획이고. 정슬기는 조PD와 함께 앨범 활동을 시작했고. 박세미도 하반기에 앨범을 낸다.

올해 ‘슈퍼스타K’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픈한 ARS 오디션 접수에 신청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초반부터 반응이 뜨겁다. 지난해에는 오픈 첫 날 5600건의 전화신청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첫 날에만 2만건이 접수됐을 정도다.

김 CP는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식 스타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다지는 게 목표다. 숨어있던 고수들이 스타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해외 고수들도 국내에 소개하고 싶어 요청이 들어온 곳 위주로 선별해 해외 예선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억원에서 올해 2억원으로 상금도 두배로 올렸다. 우승자에게는 음반을 발매해주고. 2010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에서 스페셜 무대를 열어주는 등의 혜택은 여전하다.

김 CP는 “‘슈퍼스타K’라는 제목은 우리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슈퍼스타는 큰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뽑자는 의미다. K는 코리아의 약자다. 앞으로 향후 슈퍼스타C(중국). 슈퍼스타J(일본) 등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숙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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