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공짜죠? 한개 더 줘요.” (짠순이 이보영)
“내 나이가 죄는 아니잖아요?” (그냥 올드미스 박진희)
박진희(32)는 MBC 수목극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여)’에서 돌쇠처럼 일만 잘하고 연애에는 젬병인 방송기자 ‘이신영’으로 변신해 좌충우돌 일상을 그려가고 있다. ‘골드미스’와는 거리가 먼 이신영은 ‘그냥 올드미스’에서 ‘독거 노인’으로 향해가는 이 시대 노처녀들의 자화상 같은 캐릭터다. 손예진(28) 역시 ‘아결여’ 후속으로 이달 31일 방송 예정인 ‘개인의 취향’에서 늘어진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먼지 쌓인 방 안을 뒹구는 건어물녀 ‘박개인’으로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달라진 만큼 연기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이제는 배우들이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얼마나 실감 나게 ‘망가질 수 있느냐’가 연기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됐다.
그렇다면 최근 드라마에서 유독 능청스럽고 코믹한 캐릭터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 시장의 전체적인 트렌드 변화가 가장 큰 이유다. 매해 100편 정도의 드라마가 제작될 만큼 시장 자체가 커진 데다 다채널 시대를 맞아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드라마의 유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류 시장을 타깃으로 한 높은 수준의 드라마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무겁고 늘어지는 줄거리.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상황 설정 등이 더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요즘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도 가공 없고 진솔한 리얼리티를 좋아한다. 이런 캐릭터 역시 리얼리티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에서 출현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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