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춘석이 작곡한 자신의 히트곡 ‘초우’를 부르는 패티김의 목소리는 시작부터 가늘게 떨렸다.노래를 시작하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그는 끝내 노래를 다 마치지 못하고 흐느꼈다.
18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영결식장.‘초우’,‘가슴 아프게’,‘공항의 이별’,‘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비내리는 호남선’,‘마포종점’ 등 2천700여곡을 남기고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작곡가 박춘석의 영결식이 열렸다.
고인의 약력 보고에 이어 일대기를 담은 영상물이 상영됐다.흑백 사진 속의 박춘석은 선글라스를 쓴 모습으로 이미자,남진,하춘화 등 ‘박춘석 사단’ 가수들과 활짝 웃고 있었다.
이어 박춘석과 함께 수많은 히트곡을 함께 한 가수들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나선 이미자는 “선생님.저와의 인연은 비록 음악 세계가 아니더라도 가족 같고 인간적인 관계였습니다.‘미자야,미자야’ 다정하고 정감 어린 목소리로 부르실 땐 아버지 같은 분이셨습니다.세상 사는 법을 가르쳐주실 땐 그 어느 선생님보다 엄한 분이셨습니다”라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남진은 “피아노 시인이던 당신의 노래 작품은 정말 위대했습니다.‘초우’,‘흑산도아가씨’,‘가슴 아프게’,‘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등 온 국민의 가슴에 남은 주옥같은 명곡이 참으로 많습니다.그래서 국민작곡가요,이 시대 노래 팬들의 주인공이기도 했습니다”라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박춘석 사단의 막내라며 자신을 소개한 문주란은 “선생님이 떠나시니 삶의 허무함이 느껴집니다.좀 더 편히 계시다 떠나셨으면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오랜 세월 병마와 싸우시며 고생하신 선생님을 보내는 우리 음악 가족은 너무 애통하기만 합니다”라며 흐느꼈다.
조사를 맡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신상호 회장은 “선생님은 국민의 애환을 오선지에 담아내셨습니다”라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병상의 긴 시간도 이승에서 못다 했던 아쉬운 미련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십시오.저희는 당신의 주옥같은 노래를 감상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새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펫 연주에 맞춰 패티김이 조가(弔歌)로 ‘초우’를 부를 때 장례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유족 대표로 나온 고인의 동생 박금석 씨는 울먹이면서 영결식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하춘화,정훈희,인순이,유열 등의 가수들도 참석해 국화를 바치며 애도했다.고인은 경기 성남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