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별’ 이후 처음이죠. 물론 중간에 ‘도마 안중근’이란 영화에 출연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7년만이나 다름없어요. 영화로는 뜸했어도. 드라마와 연극에는 꾸준히 출연했습니다. 드라마는 ‘장길산’ ‘투명인간 최장수’ ‘태양을 삼켜라’ 등이. 연극은 ‘테이프’와 ‘돌아서서 떠나라’가 있었죠.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놀지만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웃음).
-스크린 활동이 워낙 뜸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심지어는 ‘유오성이 그 동안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니까요(웃음).
가장으로서 생계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2005년에는 출연작이 ‘테이프‘가 전부였어요. 두어 작품이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엎어지고’(제작이 도중에 취소된다는 의미의 영화계 은어) 나니 조바심이 생기더군요. 솔직히 1000원짜리 밥만 먹다가 갑자기 100원짜리 밥을 먹으려면 짜증나고 힘들어지는 게 인지상정이거든요.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저보다 훨씬 냉정하고 객관적인 아내가 곁에서 바로 잡아주지 않았다면 아마 견뎌내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렇게까지 힘들어졌던 이유는 누구한테 있었나요?
바로 저죠. 때로는 날선 행동이 다른 사람들한테 부담을 준 측면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술자리에서 돈벌이에만 신경쓰는 제작자에게 “당신같은 사람이 한국 영화계를 망가뜨린다”고 내지른 뒤 술값을 테이블위에 놓고 먼저 나오려 한 적도 있습니다. 촬영장에서의 폭행 시비 등 거듭된 구설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던 것도 악영향을 미쳤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는 바뀐 게 없지만. 모난 성격이 많이 둥글둥글해진 것은 분명해요.
-이번에 출연한 ‘반가운~’는 유오성의 달라진 면이 많이 묻어나는 작품일 듯싶습니다.
맞아요. ‘~최장수’를 찍으면서 부성애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했었는데. ‘반가운~’ 역시 출연 제의를 받고 비슷한 맥락으로 와 닿았어요. 캐릭터에 빠져드는 과정도 어렵지 않았어요. 일이 없는 배우는 영화에서 제가 연기한 주인공처럼 백수나 다름없거든요(웃음). 생활 속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배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죠. 김동욱 감독이 촬영전 “영화속에서 형의 몸매는 배만 볼록 튀어나온 ET같아야 한다”고 주문하더군요. 운동과 거리가 먼 백수 중년 가장다워야 한다는 말이었죠. 그래서 일부러 운동도 거르고 뱃살을 찌웠어요. 원래의 몸매로 회복되지 않으면 감독에게 항의할 참입니다(웃음).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최근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예전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웠겠죠.
누구는 그런 말도 합니다. “유오성도 힘드니까 별 수 없다”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일단 마음먹었으면. 그들의 시스템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시스템이 저를. 제가 그 시스템을 선의로 이용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당혹스러운 순간도 분명히 있었어요. 과거의 제 모습을 잘 알지 못하는. 저 역시도 전혀 모르는 출연자가 옛날 얘기를 멋대로 떠들어댈 때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예능 프로그램인가’싶어 다소 불쾌했습니다.
-일과 사생활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반가운~’을 본 관객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되돌아봤으면 하고요. 오는 5월부터는 MBC 사극 ‘김수로’에 출연합니다. 주인공 ‘김수로’와 대립각을 세우는 ‘태랑’이란 캐릭터를 연기하죠. 기회가 닿는다면 ‘비트’와 ‘친구’에 이은 누아르 3부작의 완결편을 찍고 싶습니다. 친한 제작자가 7년째 준비중인데 아직도 촬영 소식이 없네요. 만나면 도대체 언제 제작에 들어가는지 물어보려고요(웃음). 얼마전 10년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칸이 모두 120개인데. 일년에 두 칸 이상 빈 칸(작품활동이 없는 달)을 만들지 않겠다고 아내와 두 아들에게 선언했죠. 40대 중반은 매 순간이 소중해지는 시기입니다. 항상 웃으며 편안하게 살려 해요. 이제 분노는 저와 상관없는 감정이니까요. 하하하.
조성준기자 whe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