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은 없다. 국어와 영어실력은 엄마에게 달렸다”
아나운서실에서도 ‘완벽맘’으로 불리는 김경화 아나운서. 스스로는 결점이 많은 엄마라고 하지만, 두 아이 모두를 모유수유로 키운 데다 인스턴트 가공식품은 거의 먹이지 않는다. MBC 아나운서 10년 차인 그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 서연(6), 서진(3)을 키우며 경험한 언어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한 권의 책 ‘아나운서 김경화의 아이 언어 성장 프로젝트’에 담아냈다. “서연이가 모태에 있었을 때부터 육아서를 낼 계획이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번 책에서 자녀교육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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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은 부모가 먼저 해주는 것
서연이의 손을 꼭 잡고 카페 안으로 들어선 김경화 아나운서는 아이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해야죠”라며 인사를 시켰다. 사진 촬영을 어색해해서 집중을 못할 때면 촬영을 하는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쓴다.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존댓말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어른은 낮춤말을 쓰면서 아이에게만 존댓말을 하도록 하면 아이는 헷갈려하니까요. 하지만 말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아이가 존댓말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때마다 고쳐주는 것은 좋지 않아요. 일관되게 훈련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아직은 말을 입 밖으로 내보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서 반응을 살피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가정교육은 엄마 혼자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그녀의 남편 역시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남편은 아이들의 육아일지를 만들어줄 정도로 열혈아빠.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훈육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남편과 가끔 의견차를 보일 때가 있어요. 엄하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남편은 엄하게 할 때가 있죠. 한날은 남편이 ‘박서연, 그러면 돼요? 응?’이라며 화를 내는데 아이가 기가 죽어 보이는 게 너무 안쓰럽더라고요. 그래도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합일된 모습을 보여줘야 혼돈이 없기 때문에 ‘박서연, 그러지 마세요. 아빠 말 들으세요’라고 말했죠. 나중에는 남편에게 ‘아까는 아이한테 너무 강하게 말한 것 같아’라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이런 것이 제일 어려우면서도 조율해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나 책과 함께한다
“저는 말이 먼저 정립되어야 사고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이 생각을 키우니까요. 차를 마실 때도 ‘맛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차 향도 좋고, 한 모금 마셨을 때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참 좋아’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르죠. 언어를 습득하고 생각을 키워나가는 나이인 0∼5세에는 아이에게 말을 많이 걸어주는 게 중요해요. 이때 엄마의 현명한 언어교육이 필요합니다.”
김경화 아나운서는 “아이의 생각을 키우고, 탐구의식을 갖게 해주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엄마의 말을 가장 많이 듣고 따라하기 때문이다. ‘워킹맘’인 그녀는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만큼 더욱 집중해서 만난다. 때문에 TV 시청, 전화통화, 인터넷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이러한 것은 아이와의 교류를 중단시키기 때문이다. 그녀는 “엄마가 아이에게 일정 시간 이상 온전히 집중한다면 아이의 지적 발달과 말하기 수준, 정서적 안정감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다”고 말한다.
“하루에 10∼20분 정도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아이와 놀아줘요.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죠. 무릎에 앉히니까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어요.”
“언어력을 키우는 데 가장 좋은 도구는 책”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서연이가 5개월 때부터 책을 읽어주었다. 쿠션 위에 책을 올려놓고 아이의 앙증맞은 손끝으로 직접 책장을 넘기게 하기도 했다. 어릴 때 자전거를 배운 사람은 한참을 타지 않아도 타는 법을 잊지 않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책장을 넘기는 것을 익숙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갓난아이니까 종이를 빨기도 하고, 찢기도 했지만 그냥 내버려두었어요. 아이가 장난감처럼 책과 친해지는 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었거든요. 책과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아이는 책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인지하고 즐기게 돼요. 둘째 아이에게도 5개월부터 책을 줬는데 그때는 물고 빨기만 하더니 지금은 책장이 넘어가면 그림이 바뀐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더라고요(웃음).”
아이를 낳은 후 집안 가구 배치에도 꼼꼼히 신경을 썼다. 아이가 책을 접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책과 친근해지기 때문에 어디서나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이가 가장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공간인 거실과 아이 방, 침실에는 반드시 책을 두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어디서나 책과 함께하는 습관을 들여줘야 해요. 서연이가 이유식을 먹던 시절에 외식을 나가게 되면 책을 꼭 준비했어요. 본격적인 식사가 나오기 전에 서연이에게 먼저 이유식을 먹여서 배를 채워주고 어른들이 식사할 때는 아이가 책을 갖고 놀도록 했죠. 이때는 더러워지거나 젖을 경우를 대비해서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계속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오는 책을 가져갔어요. 하지만 집이 아닌 공간에서 책을 볼 때는 제가 먼저 책을 읽어주진 않았어요.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김경화 아나운서는 아이들에게 아침에 세 권, 저녁에 네 권 이상의 책을 읽어준다. 바쁜 출근시간에 가능할까 싶지만 “불가능은 없다”라고 명료하게 말하면서 자신만의 ‘아침 책읽기 노하우’를 들려주었다.
“엄마가 먼저 아침 책읽기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돼요.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흐지부지되니까요. 여유 있는 주말 아침이라면 천천히 아이의 템포에 맞춰가며 읽어주고, 바쁜 주중의 아침이라면 주요 내용만 읽어가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포인트만 짚어서 읽어주면 돼요.”
●엄마와 함께 생활 속 영어 달인 되기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영어공부를 시작했어요. 늦게 시작한 편이었죠. 처음에 영어를 배울 때는 알파벳이나 단어가 아닌 짧은 문장 몇 개와 그림을 보면서 반복해서 따라 읽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 문장이 자연스럽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고 입에 익더군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소문난 김경화 아나운서. 대학생 때 1년 동안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다녀온 것이 전부이지만, 방송에서 영어 통역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도맡아 할 정도로 뛰어난 영어실력을 자랑한다. 그런 그녀의 영어 교육법은 ‘생활영어 친숙하게 하기’. 단어나 문법 교육이 아닌 ‘영어의 감’을 익히는 것을 우선으로 두는 것이 그녀만의 노하우다.
“문법보다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예를 들어 서연이가 목마를 때마다 ‘You want some water?’이라고 말해주는 식으로요. 일정 시간이 흐르니 ‘네’ 혹은 ‘Yes’라고 답하더군요. 상황에 맞추어 영어로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이해하고 익힐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녀 역시 영어로 아무리 물어도 아이의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서연이가 말수가 적어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엄마가 묻는 뜻을 이해했더라도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답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때문에 대답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하죠. ‘You want some water?’이라고 물은 후 아이가 답이 없다면 ‘Yes! Water, please’라고 엄마가 대답을 해줘요. 그러면 아이도 ‘Yes’라며 따라하죠. 이 과정을 통해 영어뿐 아니라 질문이 가면 답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을 배울 수 있게 돼요.”
비장의 무기는 견출지와 네임펜. 그녀는 한글 낱말카드에 영어단어를 쓴 견출지를 붙였다. 그림책 위에 과감하게 네임펜으로 그림에 대한 설명을 적고, 그림 위에는 영어단어를 적어두었다. 책이 상할까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아이의 이해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연이는 영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엄마가 하는 영어에도 곧잘 대답한다. 이 모든 것이 영어를 잘하는 엄마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는 “좋은 교재나 비디오보다 서툰 엄마가 낫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문법도 발음도 완벽한 영어를 들려줄 수 있는 엄마는 그리 많지 않아요. 훌륭한 축구선수만이 훌륭한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듯 영어를 잘하는 엄마만이 영어를 잘 가르치는 건 아니에요. 아이의 연령별 발달수준에 맞게 말을 들려주고, 걸어주고, 영어의 구조를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해요. 엄마가 구조를 튼튼하게 잡아주면, 멋진 집을 짓는 건 아이의 몫이니까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엄마라도 상황별로 몇 가지 영어만 익혀두고 있어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Queen 박현희 기자·사진 권오경 기자
자료제공 ‘아나운서 김경화의 아이 언어 성장 프로젝트’(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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